[기자의 눈]이희성/포드社편지 유출 파문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23분


공정성 시비로 얼룩졌던 기아 아시아 1차 입찰에 이어 2차 입찰에서도 또다시 공정성에 훼손을 가할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기아의 부채가 너무 많아 입찰을 포기한다는 미국 포드사의 편지가 외부로 유출된 것.

포드는 입찰 포기 발표 직후인 12일 기아측에 편지를 보내 “기아 아시아 문제해결과 관련해 우리가 여전히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부채가 너무 많아 더이상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편지의 내용보다는 이 편지가 외부로 흘러나온데 있다.

기아입찰사무국은 응찰업체들과 비밀유지 계약을 해 응찰업체가 제출한 문서 편지 등 일체의 내용은 보안을 유지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이 의무는 벌써 수차례에 걸쳐 무시됐다. 심지어 1차 입찰 때 응찰내용이 자세하게 유출돼 입찰의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명색이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입찰인데 관리가 이렇게 허술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한마디로 기아 아시아자동차의 매각 작업에 이해 당사자인 기아임직원들이 직간접으로 관여하면서 그들의 이해관계 판단에 따라 ‘의도적’ 행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아만 보안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채권은행과 산업자원부를 통해서도 입찰기밀이 유출되고 있다.

1차 입찰 낙찰자 발표 직전 ‘삼성유력설(說)’이 유포된 것은 삼성을 낙찰자로 선정해 유찰을 방지하고 싶었던 채권단과 산업자원부의 작품이란 얘기가 유력하다.

결국 재유찰 이후 포드와 수의계약을 선호하는 일부 기아인의 ‘의도된 소행’으로 다시 한번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이희성<정보산업부>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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