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병기/만일 제 돈 이었다면…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03분


만약에 자기돈이었다면 그렇게 관리했을까.

서울시가 3조원 규모의 각종 기금이나 평균 2조원에 달하는 보유현금을 운영하는 걸 보면서 생각해 본다. 시공무원들이 ‘내 돈’처럼 아껴쓰고 수익 높게 운영해야 할 책임은 없는 것일까.

서울시의회가 12일 발표한 결산보고서를 보면 3조원에 이르는 17개의 기금 중 일부가 시중 이자율에도 훨씬 못미치는 금융상품에 예치돼 있다. 평균 2조원의 시보유 현금도 금리가 낮은 1,3,6,12개월 정기예금에 예치돼 있다.

일부 기금은 수시로 돈을 꺼내써야 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낮은 금융상품에 예치될 수밖에 없다는 답변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느냐 하는 시민으로서의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1천만원만 굴리려 해도 이리저리 찾아보고 며칠을 고민하는 게 우리네 상식. 이런 지적에 서울시는 오히려 당당하다. “행정기관이 고금리 상품만 추구해서야 되겠느냐” “담당공무원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선택했겠느냐”는 반문이다.

“금융상품을 잘못 선택해 생기는 이자손실은 잘못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이 제기되고 나서야 “앞으로 금융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는 답변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은행마다 수십, 수백억원의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잘알고 있으며 ‘예금주’대접이 얼마나 융숭한지도 잘알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선진 외국의 행정기관들은 오래 전부터 공무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요구한다. 예산을 아끼고 금융자산 수익을 높이면 특별수당까지 지급받는다. 그것은 행정은 서비스이며 공무원들은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는 사람이라는 의식을 가졌을 때 가능하다.

이병기<사회부>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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