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광표/애국가 작사자 논란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40분


어느 외국인이 “한국의 애국가는 누가 지었소” 하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작곡자는 안익태인데 작사자는….”

애국가 가사는 ‘작사자 미상’이다. 윤치호 안창호 최병헌 김인식 그리고 한민족 공동창작까지 설(說)은 분분하지만 55년 국사편찬위원회의 ‘작사자 미상’ 발표 이후 한치도 나아가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최병헌 김인식설을 입증하기 위해 최근 그 후손들이 책자를 만들고 홍보에 나서는 등 애국가 작사자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각각 ‘최병헌목사 애국가 작사 관련 자료집’ ‘김인식선생 애국가 작사에 대한 고증 자료집’ 등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최목사 후손들은 10월에 최병헌설을 입증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으로부터 증언도 들을 계획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아직까지 명확한 물증이 없다. 현재로선 윤치호설이 유력하지만 이것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런데도 애국가 태극기 무궁화 등 ‘국가 상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나 관련 학계에서는 팔짱만 끼고 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공동 창작일 가능성이 높은데 꼭 작사자가 밝혀져야 하는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학자들도 특별한 관심 없이 그저 55년 수준의 논의만 되풀이하고 있다. 설령 공동창작이라 해도 치밀한 연구를 거쳐 나온 결과여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한민족 공동창작을 거론하는 것은 논란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작사자도 모르는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가. 애국가 작사자 문제는 한 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광표(문화부)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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