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제개편의 한계

  • 입력 1998년 9월 4일 19시 28분


정부가 내놓은 새 세제개편안은 어려운 경제 현실속의 징세정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 준다. 내수진작을 위해 감세가 요구되는 마당에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세수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한계 속에서도 새로운 세제개편안이 세원(稅源)양성화와 과세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현실을 의식한 나머지 세제의 일부 골격이 왜곡되고 과세형평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고소득 계층의 탈법 불법적 상속을 막을 목적으로 고안된 증여세 부문의 포괄주의 채택은 바람직하다. 종래의 열거주의 때 고질적으로 등장했던 변칙증여가 어느 정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 기대된다. 음성 불로소득자에 대한 과세도 방법면에서 상당히 개선됐다. 세무조사로 세수를 확보하는 차원이 아니고 명세서제출 등 수입금 양성화라는 근본적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세제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세제상 제도가 마련된 것이나 외국인 투자유도를 목적으로 제시된 기업의 투명성제고 대안들도 시의적절하다. 단지 외국자본과 국내회사가 합작으로 법인을 설립할 때 적용되는 세제상 지원이 내국업체들을 역차별해서는 안된다.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세부담 경감조치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있다. 그러나 이개편안이 내년에 적용된다는 점과 부동산경기의 부침이 극심하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적용세율의 조정폭이 지나치지 않았느냐는 느낌도 든다.

어려울 때일수록 과세의 형평성은 강조된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중간이하 계층의 세부담 경감을 위한 조치들은 드물다.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근로소득자의 면세점은 상향조정 되지 않았다. 상속세 최고세율 적용기준을 50억원에서 손대지 않은 것도 서민들에게는 불만의 소지가 있다. 납세편의주의가 퇴색한 것도 유감이다. 담배에 부가세를 10% 물리기로 한 것은 징세편의만 고려했다는 느낌이다. 부가세 부과후 담뱃값이 몇10원 단위로 끝나게 되는 불편을 빙자해 가격이 오르지 않을지 궁금하다.

이번 세제안은 열악한 경제상황을 고려한 한시적 제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임시방편적 제도가 많이 삽입된 것은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제도의 권위를 위해서도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아무리 객관적 과세기준을 마련한다 해도 징세집행을 엄격히 하지 않으면 제도의 가치는 떨어진다. 국세청장이 세금과 정치자금을 맞바꾸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는 새 세제개편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그럴 소지가 있는지 차근차근 챙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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