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재현/지리산 참사 「네탓 공방」

  • 입력 1998년 8월 3일 19시 25분


집중호우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데 대해 행정자치부 산하 중앙재해대책본부와 과학기술부 산하 기상청이 책임을 ‘홀로’ 뒤집어 쓰기 억울하다는 듯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재해대책본부는 ‘지리산 대참사’ 후 “이번 집중호우는 심야에 국지적으로 발생한데다 기상청의 호우주의보나 경보 발령이 호우발생시기와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주의보나 경보를 너무 늦게 내려 지리산 야영객 등을 미리 대피시킬 여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상청은 “당일 집중호우의 가능성을 수차례 재해대책본부에 통고했다”고 반격했다.

기상청은 “지난달 31일 오전 5시반 기상예보를 통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예보를 내보낸 뒤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과 관련한 기상정보를 6건이나 추가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또 “이날 오전 10시, 정오, 오후 6시 세차례에 걸쳐 재해대책본부측에 전화를 통해 주의를 촉구했다”면서 “이는 재해대책본부측이 당시 기상상태를 안일하게 받아들일까봐 특별히 취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해대책본부는 “기상청 기상특보 운영규정상 기상청이 주의보나 경보 등 기상특보를 발령해야만 어선출항금지나 입산통행금지 등 국민을 ‘묶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되받았다.

사전에 충분한 경계경보를 내리지 못한 기상청.

기상특보라는 틀에만 묶여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한 재해대책본부. 양측 모두의 주장은 ‘책임전가’의 구차한 인상만 준다.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다시는 부르지 않겠다는 자성의 소리는 왜 없는가.

권재현<사회부>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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