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일본인『자신보다 남먼저 배려』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1분


오사카(大阪)와 도쿄(東京)에서 8년간 살면서 ‘자신에겐 철저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일본인들의 습성을 절실히 체험했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것은 물론, 남을 배려하고 너그러이 이해하는 자세다.

엘리베이터에 탈 때는 맨 처음 탄 사람이 꼭 조작버튼판 앞에 선다. 뒷사람들이 다 탈 때까지 열림버튼을 눌러주기 위해서다. “몇 층 가느냐?”고 일일이 물어 버튼을 눌러준다. 여럿이 내릴 때는 열림버튼을 누른 채 기다렸다가 자기가 맨 끝에 내린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들은 한결같이 반갑게 인사하며 버튼을 눌러준다. 엄마의 가정교육 덕분이다.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할 나이부터 양보하는 법을 뺨을 때려서라도 철저히 가르치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바쁜 사람을 위해 한쪽을 비워두는 것도 꼭 지킨다.

그런 걸 보면서 우리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바르게 타는 법을 초등학교 1,2학년 교과과정에 넣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군가가 남에게 피해주는 일을 하더라도 일본사람들은 그 사정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먼저다.

한번은 좁은 도로 왕복차선에 차를 세운 채 운전자들이 얘기하는 바람에 차가 밀린 적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빵빵’ 클랙션소리에 한바탕 난리가 났겠지만 모두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차를 세우고 이야기할 정도로 급한 일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경로석에 앉은 젊은이를 봐도 ‘저 사람이 굉장히 아픈가보다, 피곤한가보다’라고 생각할 뿐 호통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정차 금지구역에 차를 세워두면 단속원은 분필로 앞타이어에 위반시간을 적어놓은 뒤 10∼15분을 기다렸다가 딱지를 뗀다. 배탈이 나는 등 운전자에게 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한숙(서울 안산초등학교 교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