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공작원 상륙했다면…

  • 입력 1998년 6월 28일 20시 43분


속초 앞 바다에 침투한 잠수정이 북한노동당 작전부 소속 313연락소 공작원을 태우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북측요원 9명이 동해안 일대에서 공작임무를 마치고 전원 함께 돌아가던 중이었는지, 아니면 10명 이상이 승선했다가 그 중 한두명이 상륙 잔류했는지가 지금 초미의 관심사다. 어느 경우든 이번 잠수정침투는 북측의 대남적화통일전략에 따른 군사도발임이 명백해졌다.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이 끈질기게 살아있다는 것이 이번 잠수정사건의 교훈이다.

북한에는 4대 통일전략부서가 있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노동당 대남비서가 관장하는 통일전선부다. 필요에 따라 남북대화를 추진할 때 표면에 나서기 때문에 공개된 부서이다. 노동당 작전부, 노동당 조사부, 지하당조직 등 3개는 모두 무력도발과 테러공작을 벌이는 비밀조직이다. 이중 가장 모험적인 것이 이번 침투공작을 지휘한 작전부이다. 83년 아웅산폭탄테러가 바로 이 작전부에 의해 저질러졌다. 그 작전부의 공작원이 혹 잔류해 있다면 어떤 도발을 기도할지 크게 우려된다.

북측이 통일전선부를 내세워 대화와 교류에 응할 때도 대남도발부서는 변함없이 소관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아래 대북화해를 추진할 때 북측은 대화와 도발의 분리전술로 공작원을 침투시킨 것이다. 정부가 햇볕정책을 펼수록 군이 더욱 긴장하고 북측의 도발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북유화정책을 시도할 때 군의 경계태세가 해이해지는 것처럼 위태로운 일은 없다.

우리 군이 북측 통일전선부가 아니라 무력도발부서의 움직임에 기민하고 빈틈없이 대처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북한 공작원이 동해안 지역에 상륙해 암약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이 아무리 작아도 국방당국은 완벽한 수색작전을 펴야 마땅하다. 국방당국은 잠수정이 발견된 그 순간부터 북측 공작원의 상륙 잔류를 상정하고 작전을 펴는 것이 바람직한 대처였을 것이다.

국방당국은 초기의 잠수정처리 작전때 북측공작원에 의한 우리 군 배치상황 정탐이나 후방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모든 위험가능성에 대비한 비상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우리 군이 그런 상황판단과 기동력을 보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군뿐만 아니라 관련당국은 함께 이점을 깊이 자성해야 한다.

북한은 ‘조난 잠수정’ 운운하는 조국평화통일위 명의의 비난성명을 내놓았다. 이런 억지주장으로 잠수정에서 발견된 항해일지와 무기류 등의 명백한 도발증거가 덮어질 수 없다. 북측은 시인 사과만이 궁지를 모면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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