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조미옥/고향의 아버지께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아버지. 늘 소년 같았던 아버지. 그러나 당신도 많이 늙으셨군요. 한평생 농사일에 마디마디 옹이진 아버지의 손을 이 딸은 차마 잡을 수가 없습니다. 결혼하면 꼭 친정 부모님께도 시부모님하고 똑같이 해드려야지 하고 결심했었지요. 그러나 막상 외아들에게 시집와 시부모님 모시고 살다보니 친정생각은 간절하지만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아버지는 “시댁 어른께 잘 해드려라. 너희가 탈없이 잘 살아주는 게 바로 효도하는 거다”라고 늘 말씀하셨지만요. 요즘은 온 국민이 어려운 시기예요. 각박하고 사람 냄새 스밀새 없이 날마다 냉랭해지는 도시가 더욱 얼어붙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저를 낳아 길러주신 그 고향집에 살고 계시다는 사실이 저를 행복하게 한답니다. 초등학교때 제 산수문제를 도와주시던 그 아버지뿐만 아니라 중학교에 입학한 저의 영어교과서를 넘겨다 보시며 알파벳을 외우시던 그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내 평생 소원은 서재 하나 갖고 원없이 책을 읽는 것이다”고 하시던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언젠가는 제 손으로 꼭 아버지의 서재를 마련해 드리고 싶어요.

조미옥(전남 영암군 영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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