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울엄마 아빠…」,배고팠지만 따뜻했던「시골얘기」

  • 입력 1998년 5월 19일 06시 50분


「울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백명식 글 그림/여명출판사 펴냄

칠복이가 돼지우리에 집어넣다 놓친 하얀 새끼돼지. 상태 봉삼 두남 점순이가 우르르 몰려나와 뒤를 쫓는다. 영문을 모르는 똥개 순둥이도 바짝 그 뒤를 따르고.

그런데 어떡하지? 신나게 달아나다 풍덩, 연못에 빠져버린 새끼돼지. 꿀꿀, 바둥바둥, 헤엄을 치지만 금방 물 속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다.

새끼줄을 찾아들고 쩔쩔매는 칠복이. 이마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다른 아이들도 안타까워 발만 동동. 그때, 똥개 순둥이가 연못에 몸을 던졌다. 풍덩!

허우적거리는 새끼돼지에게 헤엄쳐 간 순둥이. 새끼돼지의 꼬리를 입으로 물고 유유히 연못 밖으로 빠져 나온다. 와, 터져나오는 함성. 아이들은 순둥이를 쓰다듬는다, 물을 털어준다, 법석을 떨고 칠복이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새끼돼지를 꼭 껴안는다….

여명출판사에서 펴낸 ‘새끼돼지와 우리 친구 순둥이’. ‘울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시리즈의 봄이야기편.

울엄마 아빠 어렸을 적, 아련한 추억이 담긴 순박한 시골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수채화풍의 정감어린 그림에선 구수한 흙냄새가 배어나고.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지만 따뜻했구나. 계절따라 옷을 갈아입는 산과 들이 드넓은 놀이터가 되고 흔해빠진 돌멩이 나뭇가지가 흥겨운 장난감이 되고. 그뿐이냐. 생각만 해도 신나는 토끼굴찾기, 산돼지쫓기, 미역감기, 참새잡기, 돼지몰이….

일러스트레이터 백명식씨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삭막한 아파트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빙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

숲속 곤충과 새, 들판의 꽃과 풀,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자연학습 코너와 엄마 아빠가 즐기던 옛날 ‘계절놀이 한마당’도 눈길을 끈다.

‘누렁이를 잡아간 여우골 도깨비’(여름편).

봉삼이의 성적표를 받아 본 아버지가 끌끌 혀를 찼다. “으이그, 이놈아. 누렁이 꼴이나 먹이거라!” 소를 몰고 개울가로 가는 봉삼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옷을 벗기가 무섭게 물 속으로 뛰어든다. 신나게 멱을 감는 사이 누렁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토끼골에서 만난 미련퉁이 산돼지’(가을편).

닭싸움을 하다 시들해진 아이들. 토끼굴을 찾아 뒷산으로 뛰어 올라간다. “사, 상태야!” 봉삼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려 나온다. 저만치서 시커먼 산돼지가 코를 벌름거리며 아이들을 노려보는데….

‘눈 내리는 밤에 나타난 참새귀신’(겨울편).

“이 참새 정말 먹을거야?” 봉삼이가 불을 피우며 얼굴을 찡그린다. “요렇게 귀여운 참새를 어떻게 먹어?” 점순이는 울상이다. 상태는 불 옆에 앉아 참새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쩝쩝, 군침을 삼키고….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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