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신현숙/『제자사랑 배운대로 실천해라』

  • 입력 1998년 5월 13일 20시 00분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살 누이의 얼굴’이라고 피천득님은 ‘오월’이라는 수필에서 적고 있듯이 세상은 어지럽고 수상하여도 계절은 더없이 푸르고 싱그럽구나. 농익은 햇살이 남쪽 창가에 내려앉는 5월의 오후 오랜만에 네방 네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쓴다.

너와 내가 엄마와 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맺어지고 이십여년이라는 세월의 강을 건너 오늘까지 이르는 동안 힘들고 고단한 고비마다 너의 천사같은 해맑은 모습을 보며 새 힘을 얻어 살아올 수 있었단다.

‘시작’이란 단어는 언제나 긴장과 설렘, 신선함과 기대가 어우러진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너는 처음으로 입어보는 정장이 어색하다며 거울 앞에서 쑥스러워했지만 이 엄마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숙녀로만 보이더구나.

오늘 처음 교단에 서는 너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리라 생각하지만 노파심에서 몇자 적는다. 옛 성현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 했다. 행함이 없는 지식은 알고 있는 지식이 아니라는 뜻일 게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배운대로 실천하기보다는 알면서 행하지 않는 모습에 더욱 익숙해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양지보다는 음지에서 떨고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거라.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애정어린 포옹이 아이들에겐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되고 알게 모르게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게 된다. 모든 부당한 것과 타협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 이 엄마는 시작할 때 네가 가졌던 마음가짐을 교직을 다하는 날까지 간직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먼훗날 많은 제자들의 가슴 따뜻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 선생님이 되길 기원하며.

신현숙(경기 광명시 광명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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