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정/地自制 계속 표류하나?

입력 1998-05-06 19:56수정 2009-09-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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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가 2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야는 이번주 공천을 마무리짓고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이번 선거결과는 향후 정계개편과 정국주도권의 향방을 가르게 될 것이다. 김대중(金大中)정부 1백일에 대한 평가의 의미도 곁들여 있다. 여야 모두 필승을 다짐하며 총력전을 펴는 이유다.

전국적으로 16명의 광역단체장과 6백90명의 광역의원, 2백32명의 기초단체장 및 약 3천5백명의 기초의원을 함께 뽑는 이번 선거는 그같은 정치권의 입장과 속셈 때문에 어느 선거전보다 혼탁해질 우려가 높다.

지금까지의 예비선거전 양상만 하더라도 경제적 난국은 난국이고 선거는 선거라는 반(反)시대적 작태가 거침없이 표출되고 있다. 각 당은 이번 선거를 정국주도권 쟁탈을 위한 한판 싸움쯤으로 인식하면서 사활을 건 ‘진검(眞劍)승부’ 운운을 서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하의 경제 위기 극복과 제2기 지방자치제 정착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6·4지방선거가 과연 그런 의미만을 갖는 것일까.

지금이 어느 때인가. 기업의 연쇄도산과 대량실업 사태로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실로 참담하다. 언제 또다시 제2의 환란(換亂)이 닥칠지 모르는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선거보다 더욱 중요한 절체절명의 경제현안과 개혁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정치권이 국민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작정하지 않았다면 과열 혼탁 이전투구식 선거전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열선거과정에서의 금품살포나 고질적인 타락선거 양상의 재연만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발등의 불인 개혁과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릴 경우 한국의 장래는 암담해진다.

우리 경제가 IMF 관리체제하에 놓인 것도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기준을 깡그리 파괴하고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고착시키면서 그것을 확대 재생산해 온 잘못된 정치 탓이 아니었던가.

정작 안타까운 것이 또 있다. 민주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 활성화의 계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95년 지방선거가 지방자치의 새 기원을 열었다면 이번 선거는 지자제 정착의 전기가 되었어야 한다.

95년 당시 다분히 정치적 고려의 산물로 도입된 지자제는 기본적인 자치여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채 전면 실시됐다. 주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단체장을 뽑고 지방의회를 구성했을 뿐 사람과 돈에 관한 권한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자치입법권 재정권 행정권 조직권 등 이른바 자치권이란 것도 유명무실하다. 행정의 효율성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과제인 지방자치구조와 행정구역 개편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일본의 지자제가 자조적인 평가로 ‘3할 자치’라면 한국의 자치여건은 ‘2할 자치’수준이다.

정치권은 제2기 지방선거에 앞서 지방자치의 기본틀을 새로 짰어야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를 뛰어넘어 곧바로 세계체제로 연결되는 국제화의 구도 속에서 지방자치 활성화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직결되어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전략적 차원에서도 지방자치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다시 물거품이 돼버렸다. 지자제 정착이 민주발전의 요체라고 주장하던 현정부의 구호는 어디로 갔는가. 앞으로 지방정부개혁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김용정<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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