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상춘/「글로벌 스탠더드」외면한「日의 오늘」

  • 입력 1998년 4월 5일 19시 26분


국제화 대경쟁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둔감했던 일본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거센 파고에 밀려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현재 일본은 지난 회계연도 성장률이 제1차 오일쇼크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질 만큼 심각하다. 엔화 가치도 달러당 1백35엔을 상회하여 9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 23년만의 마이너스 성장

한때 세계 일등국이 될 것이라는 확신 하에 전세계적으로 ‘일본을 배우자’라는 구호를 유행시킬 만큼 호황을 누렸던 일본이 불과 10년도 안된 현시점에서 IMF체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만큼 추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오늘날 일본이 이렇게 된 데에는 90년대 들어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채권을 미숙하게 처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부실 채권 처리에 있어서 미국식 단기일괄 처리방식보다는 중장기 처리방식을 고집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신용 경색을 초래했고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국제 환경 변화를 무시한 일본 정부의 금융행정과 경영자의 안이한 자세로 개혁이 지연됐고 정보 공시가 미흡하고 회계도 믿을 수 없는데다 이를 감독할 기관도 뇌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잃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일본이 대내외적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재정 적자가 선진국중 가장 높은데다 금리도 재할인율의 경우 0.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더 이상 경기부양 수단으로 재정과 금융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도 일본에 대한 신용 등급이 낮아져 외국자본이 이탈되는 과정에서 사전에 준비가 덜 된 신외환법을 시행함으로써 일본내 자금이탈을 가속시키고 있다. 최소한 1천2백조엔에 이르는 개인 자산중 24조∼36조엔이 이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은 98 회계연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고 엔화 가치도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앞으로 선진국들이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협조하지 않는다면 금년 내에 1백50엔 이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아시아 국가들에 제1의 수출 시장인 일본의 경기침체와 엔화 가치의 하락은 동남아 금융위기를 재연시킬 가능성이 있고 중국도 현재는 부인하고 있으나 하반기에는 위안화의 평가절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일본내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할 경우 세계적인 디플레와 1929년 같은 대공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수출이 엔화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우리 외채의 약 30%를 갖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제2의 외환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일본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기업들의 단기외채 상환 연장에 협조를 구해나가되 이를 위해 우리도 일본이 갖고 있는 불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 한국도 2차 換亂 가능성

동시에 이번의 일본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신속히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부실 채권도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양한 안전망(Safty Net)도 구축해야 한다.특히 차제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조속히 도입하여 외국인이 우리 기업과 금융 기관의 회계나 정보를 믿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제고되면서 외환 위기라는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상춘(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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