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립튼챔피언십]윌리엄스家 「흑색반란」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26분


두 자매를 한꺼번에 물리치기엔 힘이 달렸을까.

25일 98립튼챔피언십테니스대회 8강전에서 풀세트 타이브레이크 끝에 간신히 동생 세레나 윌리엄스(17·미국)를 뿌리친 세계1위 마르티나 힝기스(18·스위스). 그러나 준결승에서 결국 언니 비너스(18)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비너스는 27일 준결승에서 톱시드 힝기스를 2대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날 승리는 2주 전 인디언웰스오픈에서의 패배를 설욕한 것. 올 호주오픈 챔피언인 힝기스는 이번이 올시즌 세번째 패배.

비너스는 이날 힝기스를 압도하는 강력한 포어핸드스트로크를 구사하며 첫 세트를 6대2로 따낸 뒤 세번의 매치포인트 기회를 잃은 2세트를 5대7로 내줬으나 마지막 세트를 다시 6대2로 간단히 끝냈다.

현재 세계랭킹 11위인 비너스는 이로써 다음주 발표될 새 랭킹에서 톱10에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맘때 그의 랭킹은 2백11위.

힝기스를 꺾은 것은 자매의 힘. 힝기스는 세레나와의 준준결승에서 두 다리가 번갈아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혼이 났었다. 이 경기의 피로가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너스를 상대하기는 무리였던 것.

비너스는 힝기스와의 통산전적에선 아직 2승4패로 뒤져 있지만 최근 기세로 볼때 올시즌안에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

1m87, 70㎏의 건장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파워가 남자선수 못지않는데다 갈수록 게임운영 능력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

14세때인 94년 프로에 데뷔한 지 2주만에 세계랭킹 59위를 꺾으며 ‘검은 돌풍’을 일으켰던 비너스가 뒤늦게 빛을 보는 것은 ‘괴짜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때문. 윌리엄스는 “어린 나이에 일찍 돈맛을 알면 안된다”며 96년까지 그랜드슬램대회에는 딸을 참가시키지 않았다.

97시즌부터 그랜드슬램에 얼굴을 내민 비너스는 연달아 초반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마지막 대회인 US오픈에서 흑인으로서는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하며 올시즌 선전을 예고했었다.

〈안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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