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대형화물차 질주경쟁 年10대중 1대꼴 사고

  • 입력 1998년 3월 17일 07시 31분


14일 자정 무렵 서울 올림픽대로 가양인터체인지 부근. 경찰이 갓길에서 과속차량을 단속하고 있었지만 덤프트럭들은 제한속도(시속 80㎞)를 무시하고 질주했다. 대부분 1백㎞ 이상으로 내달려 속도표시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지만 운전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속도표시등은 대형화물차의 앞면 유리창 바깥쪽 윗부분에 설치된 것으로 시속 80㎞ 미만일 때는 녹색등, 그 이상으로 달리면 빨간등이 켜지는 자동 점등장치다.

한 단속경찰관은 “속도표시등에 항상 녹색만 들어오도록 조작한 차량도 적지않다”면서 “과속 트럭을 적발해도 따라가서 세우기가 힘들어 제대로 단속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손해보험협회가 96년 4월부터 1년동안 종합보험에 가입한 덤프트럭 3만9천9백75대의 사고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두 3천8백25건의 사고가 발생, 사고발생률이 9.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당 1대꼴로 사고가 난 셈이다. 이는 승용차 등 일반 자동차의 사고발생률(2.8%)에 비해 3.5배나 높은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무인카메라 설치구역 확대, 속도표시등 의무부착 등 여러가지 안전대책을 세웠지만 사후관리 소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 96년 6월이후 새로 등록하는 덤프트럭은 속도제한기를 부착해 시속 80㎞이상 속도를 낼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다른 교통법규를 정비하지 않아 이 규정은 유명무실한 규정이 돼버렸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12∼20t 덤프트럭은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화물차가 아닌 건설중기로 등록할 수 있다”면서 “현재 전체 덤프트럭의 90%가 넘는 5만4천여대가 건설중기로 등록돼 ‘속도제한기 의무부착’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고속버스의 경우는 덤프트럭과는 달리 5,6년전부터 업계가 자발적으로 과속방지 대책을 세워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94년에 이미 1백㎞이상으로 달릴 수 없도록 속도제한기를 부착했고 이를 계기로 ‘차간거리 유지 캠페인’을 벌여 사고가 크게 줄었다. 90년에는 고속버스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건수의 18.2%였으나 97년에는 9.6%로 감소했다.

교통전문가들은 화물차의 안전운행을 꾀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먼저 ‘업계 구조’를개선해야한다고입을 모으고 있다. 차량은 개인소유이면서 형식적으로 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지입제 운행’이 계속되는 한 과속운행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녹색교통운동 임삼진(林三鎭·38)사무총장은 “화물업계의 직영체제 확립, 속도제한기 의무부착 대상 확대 등 화물차의 과속을 막을 수 있는 근본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