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정/월드컵 어떻게 치를 것인가?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3월1일, 제4회 다이너스티컵 국제축구대회가 열린 일본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개막전인 한일(韓日)전이 시작되는 오후 2시까지도 진눈깨비는 쉴새없이 쏟아졌다. 그라운드 사정이 어떨지가 걱정이었다. 그러나 이내 감탄사를 연발해야 했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잔디는 경기도중 물방울 하나 튀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유치를 목표로 지어진 7만여 관중을 수용하는 거대한 스타디움은 그 자체가 첨단기술의 상징이었다. 잠실운동장과 같은 종합경기장이지만 스탠드 최상단에서도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TV 카메라는 어느 각도에서도 경기장면 하나하나를 잡아낼 수 있게끔 배치가 가능했고 리얼타임 위성중계 기능도 완벽했다. 대회운영실 리셉션룸 구급실 탁아실 실황중계실 뷰박스,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역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이트 경기를 위한 경기장 조명은 시 쓰레기소각장에서 생산된 잉여전력을 활용했고 그라운드의 천연잔디는 지붕을 타고 내린 빗물로 가꾸고 있었다.

신(新)요코하마를 가로지르는 쓰루미강변에 경기장을 세운 것도 부지 매입비를 줄이기 위한 방편만은 아니었다. 홍수 때면 으레 범람하는 하천정비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새로 조성되는 21만평의 드넓은 둔치를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요코하마 시당국은 경기장을 짓는데 6백억엔을 들였다. 경기장 건설을 위한 재원은 대부분 채권발행으로 충당했고 이 빚을 갚는 데만 30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장 주변에 헬스클럽 물놀이공원 수영장 사우나 등 스포츠 커뮤니티 플라자가 완성되면 빚을 갚는 것은 문제가 안되며 매년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경기장을 지으면서 인간과 환경, 문화와 산업의 개념을 함께 도입한 요코하마의 종합개발전략과 비전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월드컵의 꽃이라 할 결승전 유치를 놓고 요코하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타마축구전용구장도 비슷한 개념으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었다.

오이타 시즈오카 니가타 미야기현(縣)과 삿포로시에 신축되는 경기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각기 고장의 자존심을 드높이면서 연인원 4백10억명의 지구촌 가족이 지켜 볼 세계인의 한마당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우리는 기왕에 결정한 경기장 건설계획 재검토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10개 축구장을 짓는 데 1조6천억원을 쏟아부을 수 있느냐는 반론이 그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같은 단선적인 사고와 상황론적 결정에 모든 것을 맡겨버릴 것인가.

2002년 월드컵은 24만명의 고용창출과 10조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연구기관의 분석이다. 1조6천억원의 건설비가 한꺼번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장 건설로 내수진작과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2002년이면 IMF체제를 극복하고 안정성장기로 접어들면서 국민적 단합과 결속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2002년 월드컵을 어떻게 치를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시점이다.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의 눈높이는 어디 쯤인가를 묻게 한다.

김용정<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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