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안병준/대통령취임에 부쳐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조국분단 50주년을 맞이한 해에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김대중대통령은 우리 정치사의 민주화와 구조조정의 길목에 서있다. 대한민국은 처음으로 야당이 정권을 잡는, 보다 완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한 민주주의 투사가 정권쟁취에서 실로 놀라운 역전승을 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가 정권을 현명하게 사용하여 국정수행에 성공하기를 빈다. ▼ 국내정치 안정 가장 중요 ▼ 이 변혁이 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짧게는 여당의 분열과 김영삼정부의 실책이 촉매작용을 했고 길게는 한국정치와 경제의 누적된 구조적 모순들이 세계화의 물결과 충돌한 결과 초래된 것이다. 이 역사적 전환기에서 민주화 투쟁을 집요하게 전개해 온 김대중대통령은 마침내 승리한 것이다. 외국 언론이 그를 ‘아시아의 만델라’라고 한 것도 27년간의 감옥생활에서 석방된 만델라가 남아공의 대통령이 된 것처럼 반세기간의 탄압에서 벗어나 한국 대통령으로 당선한 김대중은 ‘화합과 도약’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그는 아시아에서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양립할 수 없다고 한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전총리의 주장을 반박했고 지금 그것이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서 증명하고 있다. 김영삼정부가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신한국’건설과 ‘문민정부’와 같은 인기주의 구호를 외쳤지만 김영삼정부는 실제로 꼭 이루어야 할 국가관리계획을 명확하게 실천하지 못한 결과 이렇다 할 업적을 내지 못해 정당성을 상실했던 것이다. 이 실패로 초래된 금융위기가 새 정부에 분명한 국가일정을 제공한 것은 전화위복이라 하겠다. 국제금융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여 우리는 국내생활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천해야 한다. 이것을 김대중대통령은 ‘제2의 건국’이라 불렀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관행, 법과 제도, 심지어 의식구조까지 변혁해야 당면한 국난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와중에서 우리는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에서 환율 및 외채변동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 국제자본은 수익성과 생산성이 높은 곳이면 어디든지 이동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 이 도도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없는 산업은 도태시키고 경쟁력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 결과 생기는 실업 도산 및 사회불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 이 어려운 난관을 풀기 위해서 김대중대통령은 처음으로 노사정(勞使政)간에 합의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노사가 파업과 대결을 피하고 정부가 주선하는 대타협에 참가하는 것을 외국에서는 ‘조합주의’라 하는데 한국에서도 이것을 제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 생활의 구조조정과 함께 우리는 북한의 변화와 통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다.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을 이루어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과정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 앞으로 닥쳐오는 한반도와 4강관계의 변화에 대하여 우리는 미일(美日)과 중장기공동계획을 협의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유도하는 전략과 외교를 슬기롭게 구사해야 한다. ▼ 中-러와 전략적 외교 갖길 ▼ 이와같이 대외 도전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 정치안정이 필수적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자민련과 연대정치를 실험하면서 내각책임제를 위한 개헌도 시도할 것이다. 정계개편이 안정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모든 난관을 헤쳐가는데 김대중대통령이 독창적 지도력을 발휘하여 진실로 역사에 남는 업적을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병준<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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