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면/법조인 위법땐 더 가혹한 처벌을…

  • 입력 1998년 2월 23일 19시 48분


최근 의정부지원에서 일어난 판사 변호사 비리유착사건을 지켜보면서 법조인의 태반을 배출시킨 법과대학 교수로서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 나라에 붕괴하는 것이 많더니 이제는 국가 법질서와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마저 붕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디 의정부지원뿐이랴. 고질적인 판사 변호사 비리유착관계는 대개 경제적 규모가 큰 대도시에 더 많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 비리판사 좌천은 미봉책 ‘착수금’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선 판사를 구워삶는데 쓰는 돈이다.‘전관예우’란 무엇인가. 그것은 법복(法服)을 벗고 나온 변호사가 담당한 사건은 무조건 이기게 한다는 것이다. 술과 마작, 돈과 여자, 현대판 주지육림(酒池肉林)이 법원근처에서 벌어진다니 도대체 이 나라에는 법이 있는가, 정의가 있는가. 돈이 있으면 안되는 것이 없는 나라, 결국 돈돈 하다가 이제는 국가부도를 당하게 되었다. 어째서 우리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나라 사회 도처에 팽배해 있는 먹이사슬로 이어진 부패구조에 있다. 촌지를 받는 교사, 선생자리를 사고 파는 학교, 먹이사슬로 이어진 도급공사…. 그러다가 성수대교가 끊어졌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으며 국가부도를 당해 국제통화기금(IMF)의 법정관리하에 들어갔다. 보라, 지금 열강들이 자본가를 앞세워 우리의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현재 상황은 탐관오리가 들끓던 구한말(舊韓末)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 대학에서는 법조윤리(法曹倫理)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 도대체 ‘법조윤리’란 무엇인가. ‘변호사윤리강령’이란 무엇인가. ‘법관윤리강령’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윤리니 강령이니 하는 것은 법이 아니다. 그것은 내부규범으로 기본적으로는 도덕에 불과하다. 지키면 좋고, 지키지 않으면 일정한 불이익과 사회적인 비난을 감수하면 되는 것이다. 의정부지원사태를 놓고 법원행정처에서는 해당 판사들에게 잘못을 물어보고 순순히 시인하는 것을 토대로 좌천시키는 정도에서 그칠 모양이다. 그것은 그들이 법이 없는 도덕적 성역속에 살고 있다는 증거다.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은 죄를 지어도 여간해서 무거운 벌을 받는 일이 없다. 죄가 알려지면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되며 개업했다가 비리가 발각되어 정지를 당해도 얼마후에 다시 복귀하면 그만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인질로 삼고 법조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과 같은 사태가 존속하는 한,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성공할 수 없다. 법이 썩었는데 민주질서가 어떻게 형성되며 무법천지에 시장경제가 어떻게 존속할 수 있겠는가. 해방후 지금까지 성역속에서 곪아온 법조계의 관행적 비리는 윤리강령이라는 도덕경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선진국에 다들 있는 법조책임법(法曹責任法)같은 것이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법을 어겼을 때는 보통사람보다 더욱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법과대학에서도 법조책임법을 윤리학 정도가 아닌 법으로 가르쳐야 하고 사법시험 과목에도 이를 넣어야 한다. ▼ 「법조책임법」 제정 시급 이번 사태를 ‘법관전원교체’라는 인사이동 정도로 처리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 비리유착이 법원 전체에 만연되어 있다고 혐의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도의 미봉책으로는 뒤집어쓴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이하 대법관은 국민앞에 엎드려 석고대죄(席藁待罪)라도 해야 할 것이며 내규(內規)내지 도덕적인 차원에 있는 법관윤리강령을 법규범화하는데 스스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 검찰도 대한변호사협회도 역시 마찬가지다. 법조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여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이는 타인의 손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면(서울대교수·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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