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도 설비투자는 해야

  • 입력 1998년 2월 22일 20시 35분


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2백개 주요기업의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31%나 줄어들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에도 10% 가까이 줄었다. 거기서 또 31%를 줄이는 수준이라면 무엇보다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이 걱정이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금융경색에 겹친 살인적인 고금리와 높은 환율은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다. 몇년째 계속된 불황으로 그러잖아도 위축된 내수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언제쯤 IMF체제를 극복하고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장래예측도 극히 불투명하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상호지급보증 해소와 기업인수합병 방어를 위해 현금확보가 급하다. 강도 높은 기업개혁요구로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까지 겹쳐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설비투자는 해야 한다.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5대업종의 생산설비 투자축소는 투자조정 측면이 없지 않으나 60%가 넘는 축소로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 그에 비해 자본재산업과 경영합리화, 연구개발, 공해방지쪽의 투자축소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위안은 되지만 그 역시 절대폭이 크다. 연구개발 투자를 연기하거나 연구개발직을 우선감축하는 추세는 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IMF체제 극복을 위한 기업구조조정의 궁극목적은 경쟁력강화와 생산성증대에 있다. 투자는 그 밑거름이자 재성장의 기반이다. 사정이 어렵다고 생산설비와 연구개발투자를 소홀히 하다가는 IMF체제를 극복한 뒤 빠른 속도의 성장회복이 어려워진다. 선진국 기업들이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투자감소폭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불황기일수록 기초기술 연구개발에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그러지 않고는 경쟁력의 기반붕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억지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불황기일수록 적정설비의 유지와 설비개체 기술개발 등에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IMF체제를 극복하고 우리에게 재성장의 기회가 올 때에 대비하고 지금 회사를 떠난 근로자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서도 기업들이 먼저 투자축소폭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 정부 또한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중소기업 기술혁신기금이나 전략기업에 대한 정부투자 등 새 정부의 정책구상은 적절하다.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내수를 다시 진작시키는 일도 급하다. 소득세와 특별소비세등을 줄여 가계의 소비여력을높이고재정투자 확대를 통해 총수요를 부추길 필요도 있다. 고금리정책의 수정과 함께 재정과 금융의 탄력적 운용문제를 IMF와 적극 협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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