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별사면 기준 무엇인가?

  • 입력 1998년 2월 19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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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가 출범 직후 대대적인 특별사면과 복권을 단행하려는 것은 국민화합 차원에서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미전향 장기수와 이른바 양심수, 한총련 관련자들의 특사설(特赦說)이 중구난방으로 나도는 데 대해서는 혼란을 느낀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어느 선까지 은전을 베풀려고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차기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사면법은 사면을 상신할 경우 범죄의 정상(情狀), 대상자의 성행(性行), 복역중의 행상(行狀)에 대한 참고서류를 첨부하도록 못박고 있다. 범죄내용과 대상자의 성품으로 볼 때 관용을 베풀 만한지, 복역생활이 모범적인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지금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법의 취지를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30년 이상 복역한 미전향 장기수 특사는 인도적 견지와 남북관계개선 희망 차원에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연수명을 거의 다한 남파간첩 등 좌익수는 꼭 전향을 하지 않더라도 문제될 것 없지 않으냐는 뜻인 것 같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에 그런 감상적인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된다. 남북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정부가 출범초 미전향 장기수인 이인모노인을 석방, 북으로 돌려보낸 ‘깜짝 쇼’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영웅적 투쟁’을 선전하는 자료를 제공하여 국제적 망신만 당했을 뿐이다. 시행착오는 한번으로 족하다. 최소한 전향서라도 하나 받아두어야 특사의 명분이 선다. 양심수에 대한 주관적인 잣대로 좌익노동운동가 체제전복기도사범 등의 특사를 운위하는 것도 혼란스럽다. 한총련 관련자 중 단순가담자를 분류해 사면한다는 얘기는 또 뭔가. 단순가담자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이미 풀려났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운동의 중심이 서(호남)에서 동(영남)으로 옮겨가며 한총련이 재건 움직임을 보인다는 보도다. 경제나 생계사범 등에 대한 특사는 기준에 맞는다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상범 시국공안사범과 과격폭력을 일삼은 한총련 관련자의 사면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색깔시비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도 사면의 기준과 한계를 분명히 하고 논리의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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