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⑤/달세계 여행]SF영화 생명은 상상력

  • 입력 1998년 2월 11일 06시 54분


과학도 그렇지만 사이언스픽션(SF) 영화의 생명은 상상력이다. ‘과학’의 탑은 지식의 벽돌로 쌓여 있지만 그 맨 꼭대기에는 항상 ‘상상력’의 구름이 걸려 있다. 그 구름이 뿌려주는 빗줄기로 탑은 더욱 단단해지고 세밀히 다듬어지게 된다. ‘SF 영화’의 탑은 치밀한 구성과 사실적인 특수효과가 특징이지만 그곳에도 여전히 상상력은 안개처럼 스며 있다.

세계 최초의 SF영화는 1백년전에 만들어진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1902)이다. 이 영화는 인간을 대포로 쏘아 올려 달세계로 보내지만, 달의 눈을 맞히게 되어 달이 찡그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비록 문학적인 은유로 표현되어 있긴 하지만 우주선을 띄우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달과 지구가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38만㎞나 떨어진 달에 우주선을 보낸다는 상상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엉뚱한 생각이었을까. 그러나 ‘컴퓨터’의 등장은 우주선의 정확한 비행 궤도를 계산해 주었고, ‘저온 기술’은 연료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엉뚱한 상상력이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SF영화 ‘달세계 여행’이 우리가 달에 도착하는 날을 앞당겼다고 말한다면 심한 과장일까.

우리는 SF영화를 보면서 먼 미래의 우리 모습을 상상해 본다. SF의 상상력은 우리의 목적지 ‘미래’를 비추는 망원경이 되어야 한다. 상상력을 넘어 광기와 환상에 시달렸던 화가 반 고흐는 어느 날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왜 프랑스 지도 위의 한 지점에 가듯, 하늘의 반짝이는 점에 갈 수 없을까’하고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타라스콩과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듯, 우리는 별에 도착하기 위해 죽음을 탄다. 이런 사색에 있어서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우리가 살아있을 때는 별에 갈 수 없고, 죽어서는 기차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20세기에 태어났다면 기차를 타고 별을 여행하는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이 낭만적인 우주 시대의 동화가 펼치는 아름다운 상상력에 감동했을 것이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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