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SF영화는 1백년전에 만들어진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1902)이다. 이 영화는 인간을 대포로 쏘아 올려 달세계로 보내지만, 달의 눈을 맞히게 되어 달이 찡그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비록 문학적인 은유로 표현되어 있긴 하지만 우주선을 띄우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달과 지구가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38만㎞나 떨어진 달에 우주선을 보낸다는 상상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엉뚱한 생각이었을까. 그러나 ‘컴퓨터’의 등장은 우주선의 정확한 비행 궤도를 계산해 주었고, ‘저온 기술’은 연료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엉뚱한 상상력이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SF영화 ‘달세계 여행’이 우리가 달에 도착하는 날을 앞당겼다고 말한다면 심한 과장일까.
우리는 SF영화를 보면서 먼 미래의 우리 모습을 상상해 본다. SF의 상상력은 우리의 목적지 ‘미래’를 비추는 망원경이 되어야 한다. 상상력을 넘어 광기와 환상에 시달렸던 화가 반 고흐는 어느 날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왜 프랑스 지도 위의 한 지점에 가듯, 하늘의 반짝이는 점에 갈 수 없을까’하고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타라스콩과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듯, 우리는 별에 도착하기 위해 죽음을 탄다. 이런 사색에 있어서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우리가 살아있을 때는 별에 갈 수 없고, 죽어서는 기차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20세기에 태어났다면 기차를 타고 별을 여행하는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이 낭만적인 우주 시대의 동화가 펼치는 아름다운 상상력에 감동했을 것이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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