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간디학교]『의식주는 내손으로』자립심 키워

  • 입력 1998년 2월 8일 20시 48분


지리산 자락의 둔철산 중턱. 흰눈에 뒤덮인 지리산 응석봉이 손을 내밀면 닿을 듯이 바라다 보인다. 간디학교가 자리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의 풍경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을 열고 나서면 그림같은 산골풍경이 펼쳐지고 산길과 시냇물을 만날 수 있어 마치 별장같기만 하다. 그런데 이 조용한 산골학교의 식당에서 갑자기 괴성이 터져나왔다. “얘들아, 오늘은 둔철분교로 소풍을 갈 계획이다.” “야호, 신난다.” 지난 1월 중순 간디학교의 계절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37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막 아침식사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하루 일정에 대한 교사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식탁에 둘러앉아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벌써 활기가 돌았다.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모두 들떠서 신이 났다. 젓가락질을 하는 아이들의 손놀림이 빨라지더니 밥그릇은 어느새 빈그릇이 됐다. 오전 10시, 학교건물 앞에는 어린이들이 다섯 모둠(조)으로 나눠 소풍길에 나설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두툼한 옷을 입은데다 목도리와 마스크까지 갖추는 등 단단히 준비했다.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소풍날치고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날 것처럼 좋아했다. “둔철분교는 학교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산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산길로 접어들면 한명씩 천천히 걸어가고 낙엽이 쌓여있는 곳은 움푹 파였거나 미끄러지기 쉬워요.” 대부분 서울 대구 광주 등 도시에서 온 아이들은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바위틈의 고드름을 따먹는다. 힘들어하는 친구의 등을 서로 밀어주며 둔철분교에 도착한 것은 한시간 후. 전교생이 6명이라는 설명에 놀랐는지 “이런 학교도 있구나”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간디학교는 여름 겨울 방학철에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1주일 과정의 계절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 고민. ‘숲속마을 작은학교’로도 불리는 간디학교는 94년 12월 교장 양희규(梁熙圭·40)씨가 자연과 더불어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며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목표로 문을 열었다. 그동안 계절학교와 성인교육을 주로 실시해오다 지난해 3월 정식으로 중고교 과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고교과정은 정규학교로 인가받았고 내년에는 중학과정도 인가받을 계획이다. 26명뿐인 학생들은 모두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한달에 한번 3박4일 동안 외출이 허용된다. 현재 교사는 10명이지만 올해 5,6명이 충원될 예정이다. 학생도 60명 정도로 늘어나는 등 학교 살림이 더 커진다. 교육방식도 기존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국어 영어 수학 등도 배우지만 철학교육도 중요한 과목이다. 학생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직접 빵을 만들어 굽기도 하고 옷만들기 시간에는 옷도 디자인해 만드는 등 모든 것을 직접 해보도록 하는 것이 원칙. 빨래 청소도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매일 명상을 하기 때문에 자립심도 강해지고 정신수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태영철(太暎喆·30)교사의 학교자랑. “이곳에서는 학생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지도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어느정도 놀고 나면 더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더 크죠.” 담임교사 학생 학부모가 협의해 시간표를 짤 정도로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는 필수. 매주 열리는 ‘식구 총회’는 교사와 학생이 똑같은 자격으로 의견을 나누며 사회공부와 공동체로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연락처 0596―73―1049 〈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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