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정용균/『인사청탁 왜합니까』

  • 입력 1998년 2월 1일 20시 12분


‘남이 밀어줘야 겨우 움직이는 자동차라면 아무데도 쓸모가 없다.’ 구종태(具鍾泰)대구경찰청장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정기 인사를 앞두고 컴퓨터통신망(NPS)에 일부 직원들의 인사청탁을 꾸짖는 글을 띄워 눈길을 끌고 있다. NPS는 대구경찰청과 산하 8개 경찰서, 1백33개 파출소를 잇는 경찰 컴퓨터업무통신망.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이 통신망에 올린 ‘밀어야 움직이는 차’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평소 자기관리를 하지 않던 사람이 승진시기가 다가오면 이런저런 연줄을 찾아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데 이는 근본부터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일부 직원은 인사를 앞두고 자신이 ‘1위로 올라갔다’고 귀띔하며 한번 챙겨봐 줄 것을 부탁하는 전화를 걸곤 한다”며 “이런 직원은 인사 결과가 자신의 기대와 정반대로 나타나면 자신의 무능이나 결함보다는 조직의 불공정을 탓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조직이건 전문성과 창의성을 가진 엘리트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하에서 모든 공사조직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시기에 아직까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런 직원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사청탁을 하는 직원들의 성적을 보면 대부분 경쟁의 반열에도 들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승진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누구에게 부탁한다고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청장이 인사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런 글을 띄운 것은 그만큼 청탁이 많다는 증거”라며 “이번에는 공정한 인사가 이뤄져 더이상 직원간의 반목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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