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IMF시대의 「스포츠 관전법」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국내 스포츠는 대기업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기업들이 홍보효과를 위해 스포츠팀을 창설하고 치열한 우승다툼을 벌이는 바탕 위에서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대량부도사태가 이어지면서 해체의 운명을 맞은 스포츠팀이 속출하고 있다. 그 중에는 모기업의 지원이 거의 끊어진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해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는 팀도 있다. ▼요즘 한창인 농구 배구 등 겨울스포츠에는 새로운 ‘스포츠 관전법’이 유행이다. 팬들의 관심은 우승가능성이 높은 팀에 쏠리게 마련이지만 올 겨울에는 부도기업팀에 대한 응원이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 경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눈을 가질 일이다. 우선 개인의 기량보다는 팀 전체의 조직력과 정신력을 지켜봐야 한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가득 찬 선수들의 눈빛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기를 통해 ‘희망’과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부도기업팀은 게임에 지고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경기장을 떠나는 관중에게 ‘도전’과 ‘의욕’을 선사한다. 경기장 주변의 ‘감동 나누기’도 놓치면 안될 일이다. 회사를 떠난 직원까지 함께 모여 응원을 한 뒤 선수들의 손을 꼭 잡고 격려하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다. ▼어느 부도기업팀 감독은 “과거 우승했을 때도 요즘같이 뜨거운 성원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고 한다.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은 나라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자신의 힘든 처지를 생각하며 더욱 열렬한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정신력으로 뭉친 이들 팀은 연일 뛰어난 성적으로 관중에게 답하고 있다. 이런 예측불가능한 점이 스포츠세계의 묘미가 아닐까. 홍찬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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