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갈현동토박이 이성영씨,옛물건 고스란히 보관

  • 입력 1998년 1월 19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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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여년 동안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만 대를 이어 살고 있는 토박이 할아버지 이성영(李性榮·75)씨. 조선시대 명재상 한음 이덕형의 후손인 이씨는 “조선 초까지만해도 조상들이 높은 벼슬을 지내 옛 서울고 부근에서 살았으나 인조반정으로 관직에서 물러난 뒤 은평구 갈현동 못골로 옮겨와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살고 있는 갈현동 ‘벌집’에서 태어나 한번도 이삿짐을 싼 적이 없다. 벌집이 벌을 키우는 집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벌판 한가운데 외따로 있었던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벌집은 1백여년전 이씨의 선친이 큰집에서 분가하면서 지은 집으로 2년에 한번씩 닦고 칠을 해 새 집과 다를 바 없다. 이씨는 1백년된 쌀뒤주, 쌀됫박에서부터 초창기 안경, 1800년대에 만들어진 가죽신 비단신 나막신 등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 물건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특히 한음선생이 사람들의 언행일치에 관해 쓴 ‘한음문고’를 가장 애지중지한다. 이씨는 이 동네를 누구보다 잘 아는 탓에 지난해 직접 답사를 하며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동네이름의 유래를 밝힌 ‘재미있는 은평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이씨는 “요즘 개발을 내세워 옛것들이 흔적없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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