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영이/「가시방석」의 여사원들

입력 1998-01-06 20:00수정 2009-09-2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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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에서 여사원들은 바늘방석에 앉아 있다. 기업마다 감원바람이 불면서 맞벌이 여성과 장기근속 미혼여성들이 우선 정리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빨리 시집이나 가라.” “남편이 돈을 버니 당신은 그만둬도 되지 않느냐.” 아무도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 분위기를 깔고 저항이 적은 여사원부터 내몰겠다는 분위기가 어느 회사에나 팽배해있다. 스스로 나가지 않는 여사원은 지방발령을 내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고속 경제성장을 시작한 80년대 이후부터. 이때부터 남녀 평등의 핵심은 평등하게 일할 권리라는 목소리가 여성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89년에는 여성계의 숙원이던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다. 대기업들도 앞다퉈 여성을 많이 뽑겠다느니, 여성인력을 우대하겠다느니 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고 했다. 그후 결혼퇴직이 사라졌고 일부 기업은 여성임원을 선임했다. 아직도 완전한 고용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이 채용하는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이 10%대를 넘지 못한다. 인사고과를 매길 때도 여사원들은 남성 동료들에게 ‘후한 점수’를 양보하도록 강요당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이라고 무조건 보호대상일 수 만은 없다. 나라가 어려운 때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에게만 모든 고통을 지워서는 안된다. 해고가 쉽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능력과 상관없이 여사원부터 밀어내는 횡포는 명백한 성차별이고 이런 식으로는 진정한 경쟁력 강화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선 편하니 여성부터 자르고 보자는 발상은 과거로 후퇴하는 ‘하향 구조조정’이다. 남성들은 여성 동료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해서는 안된다. 이영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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