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파주 오금리주택]전원과 하나된 도시적 공간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8분


파주 오금리 주택은 서울근교에 전원주택이 개발되기 전 건축주와 의기투합해 탈(脫)서울을 시도한 작업이었다. 후보 대상지역을 둘러보던 중 자유로의 확 트인 시야는 갑갑한 서울을 벗어나고픈 충동을 느끼게 했다. 임진강 건너 북녘땅이 보이는 통일전망대를 지나 우측길로 접어들어 한동안 가다보니 조그만 마을이 보였다. 나지막한 산과 논, 길, 뒷산 언덕위의 교회가 전부였다. 이 곳을 터로 정해 주변과의 연계성을 살려 건물을 설계했다. 이곳은 별도의 정원이 필요치 않을 만큼 가시권의 주변이 모두 정원이었다. 전원주택은 사는 이의 삶의 방식에 따라서 공간 형태 등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오금리 주택의 건축주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삶의 방식도 지극히 도시적이었다. 낮에는 서울 영등포의 직장에서 근무했다. 따라서 건축주의 머리 속에 내재돼 있는 도시적 잔영의 모습을 건축에 표현하면서 전원주택의 성격이 동시에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삼각형의 긴 대지 위에 건물의 자리매김이 쉽지 않았으나 2개의 직사각형 형태와 1층 내부에 연결통로를 두고 2층에는 연결복도로 개방감을 부여하면서 전체공간의 구심역할을 하도록 했다. 진입부분의 조그마한 연못은 예쁜 수련을 띄우고 현관 진입시 처음 대하는 문은 건물의 중첩된 형태를 표현했다. 그리고 넓은 창을 통해 전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작은 공간에서의 개방감과 상하수직공간의 일체감을 꾀하기 위해 전체 내부공간을 연결, 서재에서 전원풍경과의 만남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1층 거실과 안방 등은 주인 부부를 위한 공간으로 배려하고 2층은 아이들 방으로 꾸몄으나 공간적으로는 전체가 하나가 되도록 연결시켰다. 내부 인테리어는 주변 자연의 느낌과 건축이라는 인위적인 표현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오금리 주택 2층 서재에서 창을 열면 방에 있는 느낌이 아닌, 들 가운데의 원두막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멀리 건너 동네의 불빛과 하늘의 별들은 천장의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그리고 아침이면 햇빛으로 2층 창살이 부엌앞 복도에 꺾여진 선들을 그리며 복도와 거실 식당을 하나로 만들고 오후가 되면 2층 계단실 창살은 계단에 기대어 내려앉아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한다. 배병길(배병길건축연구소대표) ▼약력=△중앙대, 미국UCLA 건축대학원 졸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한민국환경문화상 수상 △경기대 건축과 대우교수 02―588―634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