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부 네게브사막에는 중동의 유목민인 베두인이 10만명 가량 살고 있다. 이중 절반은 70년대초 이스라엘 정부가 건설한 7개의 베두인 도시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계속 사막에서 천막을 지어 놓고 양떼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토요일 이들의 마을을 방문했다. 찾아간 천막은 텔아비브에서 남쪽 사해 방향으로 1백40㎞ 떨어진 아라드에서 다시 내륙 산악지대로 한참 들어간 곳이었다. 나무가 없는 산악지대, 풀이 없는 벌판의 비좁은 포장도로를 타고 가다가 모래가 아닌 돌로 온통 뒤덮인 광야길로 꺾어 들어가니 골짜기에 검은 천막 세 채가 있었고 양과 염소떼, 낙타 10여마리가 우리에 갇혀 있었다.
손님이 왔다는 신호로 자동차 경적을 한번 울리자 천막 안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왔다. 50여평의 천막 안에는 얇은 카펫 조각이 여기저기 깔려 있었고 바닥 한쪽 끝은 땅바닥을 움푹 파내고 커피나 차를 끓이는 화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천막 벽쪽에는 낡은 TV가 나무선반에 얹혀 있고 천장에는 조그만 전등이 한개 달려 있었다.
그곳이 숙소겸 생활공간이었다. 노인 3명과 남자아이 3명이 있었지만 여자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남자와 여자가 천막을 따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한 가족이라도 남자가 있는 곳에 여자가 끼여들지 못하고 여자 모인 곳엔 남자가 얼씬거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부도 잠은 따로 자는 것이 전통이란다.
그들은 그곳에서 자체 발전기로 불을 밝히고 물탱크로 물을 가져와서 사용하고 있었다. 학교와 병원이 10㎞이상 떨어져 있지만 바깥 포장도로까지 가면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문명인의 눈으로는 그들의 생활이 불편해 보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탁 트인 사막의 천막이 온통 문으로 닫혀 있는 도시의 집보다 훨씬 좋다고 했다. 옛날에 비하면 물도 있고 전기도 있고 없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후예들이 살아갈 21세기에도 과연 유목생활이 적합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강영수(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텔아비브무역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