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97)

  • 입력 1997년 12월 29일 09시 15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65〉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는 목욕물을 데웠습니다. 알맞게 목욕물이 데워지자 나는 젊은이를 고이 안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는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켜주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젊은이의 몸은 오묘한 신의 손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렇게 만들 수 없을 것 같이 아름다웠습니다. 몸매는 더없이 날씬하고 피부는 수정처럼 깨끗하였습니다. 세상의 어떤 처녀의 몸도 그 젊은이의 몸처럼 눈부시게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고운 젊은이의 몸을 씻어주면서 나는 타오르는 연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마음이 황홀해져서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오, 이런 아름다운 젊은이를 창조하신 신을 찬양할 뿐이로다! 이렇게 아름다운 젊은이를 내가 죽이다니, 그건 하늘과 땅이 뒤집히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때 젊은이는 내게 말했습니다. 『오, 형제여! 신께서 당신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내가 만약 아지브 빈 하지브라는 사내의 손에 죽지 않고, 그의 재앙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아버지께 말씀드려 후한 사례를 하도록 하겠소. 뿐만 아니라 당신을 무사히 당신 고향까지 모셔다 드리도록 하겠소. 그러나 내가 만약 죽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당신께 축복이 있기를 나는 빌겠소』 이렇게 말하는 그 젊은이의 모습이 얼마나 착하고 애처로워 보였던지 나는 뜨거운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끼며 말했습니다. 『오, 도련님! 제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마십시오. 당신처럼 착한 분께는 결코 그런 재앙이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지막 날보다 저의 마지막 날이 먼저 찾아올 것입니다』 나는 그 젊은이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새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차려놓고 함께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향을 피웠습니다. 홀 안에 그윽한 향기가 번지자 젊은이는 몹시 좋아했습니다. 나는 장기판을 만들고, 과자며 과일을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는 마주 앉아 과자를 먹으며 함께 장기를 두었습니다. 젊은이는 몹시 즐거워했고, 그가 그렇게 즐거워하는 걸 보고 있는 나는 행복했습니다. 몇 차례고 놀이를 되풀이하는 동안 어느 새 다시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나는 일어나 램프를 켜고 식탁을 차렸습니다. 우리는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우리는 밤이 깊을 때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잠자리로 들었습니다. 그 젊은이가 쌔근쌔근 잠에 빠져 든 뒤에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귀엽고 사랑스런 젊은이와 함께 한 하루가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를 향한 연정으로 나는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견디다 못한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그 천진난만한 젊은이의 얼굴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그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 아름다운 젊은이가 내 곁에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것이 나에게는 흡사 세상에 다시 없이 어여쁜 새 한마리가 내 어깨 위에 날아와 앉아 깃을 튼 것만 같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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