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뉴욕타임스]클린턴 한국정책 잘못됐다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 뉴욕 타임스 ▼ 미국의 클린턴행정부는 크리스마스 전날 선진공업국들과 함께 한국에 대해 1백억달러를 지원하고 시중은행이 (한국에 대해)부채상환을 연장해주도록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아시아 경제위기와 관련한 클린턴 행정부의 당초 정책이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2개월전 한국시장이 곤두박질하기 직전 행정부는 서울의 관리들에게 단속을 잘 하도록 충고한 적이 있다. 지난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발표했을 때 로버트 루빈재무장관은 국내 납세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국은 제2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었다. 2주일전 루빈장관은 지원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한국의 요청을 거부했었다. 그리고 그는 24일 이런 일을 결정했다. 루빈장관은 의회의 공격을 우려해 이번 조치가 국가의 경제적 이익과 안보차원에서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약해지면 정치 사회적 안정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아직도 미국의 안보에 중요한 지역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결정은 윌리엄 코언국방장관까지 참석한 백악관 회의에서 이뤄졌다. 이번에 사용될 자금은 외환평형자금으로 의회의 동의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지난번 멕시코 금융사태 때 투입된 적이 있다. 멕시코사태 당시 행정부를 공격했던 의회는 이번의 경우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이기 때문에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공산독재국인 북한과 맞서 있는 한국에는 미군 3만5천명이 주둔하고 있어 미국과 매우 깊은 관계에 있다고 미국관리들은 말한다. 한국이 이번에 꾸어가는 돈을 안 갚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루빈장관은 말한다. 더구나 한국은 이번에 시장개방폭을 더 확대하는데 동의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민간은행들이 정부의 (상환연장)권유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루빈장관은 위기를 해소하려는 안정화 계획은 항상 약간의 위험부담을 수반한다고 전제하고 이번 프로그램은 매우 훌륭하며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새로 선출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미국의 조기지원 대가로 여러가지 개혁조치들을 받아들였다. 한국은 수입규제 완화, 외국인에 대한 투자제한 철폐 등 미국이 수년에 걸쳐 제기했던 통상문제들을 한꺼번에 수락했다. 이번 합의는 김당선자에게 중요한 정치적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한국의 막강한 노조는 근로자의 해고에 대해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 반미감정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5일자·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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