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경제위기불구 아직은 희망있다

  • 입력 1997년 12월 12일 20시 16분


▼별로 오래 전 일이 아니다. 80년대 후반 아시아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을 무렵 미국은 거꾸로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었다. 실업자는 늘고 기업은 휘청거렸다. 일본인들은 달러를 주체못해 미국 곳곳에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기업사냥을 했다. 거대제국 미국이 당장 침몰할 것 같은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 시점에서 미국 학자들은 아시아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규명하는 연구에 다투어 나선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문화적 지향점을 유럽에 두고 살아왔다. 그 눈을 아시아로 돌린 것은 미국 입장에서 「대단한 사건」이었다. 이 학자들은 개인의 자유만을 중시하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사회발전과 통합에 한계를 드러냈으며 미국의 위기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개인보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아시아적 가치」를 교훈삼아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아시아 학자들도 맞장구를 쳤다. 「아시아 기적」의 배경은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한 동양의 전통가치관이며 유교사상은 앞으로 세계가 미래 개척의 정신적 물질적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내세웠다. 21세기에는 아시아가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당시 반론도 만만찮았던 이 논쟁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잇따른 경제몰락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의 경제신화(神話)가 막을 내린 이상 논쟁은 끝났다는 분위기다. 80년대 위기를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돌파한 미국 기업도 아시아에 대해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위기 이후 우리 국민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며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나라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특유의 전통적 가치관이 살아난다면 희망은 있다.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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