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두원/3당 대선후보 첫 합동토론회를 보고

  • 입력 1997년 11월 27일 15시 11분


세명의 대선후보가 한자리에서 토론을 벌인 이번 모임은 각 후보의 경제관 사이의 유사점과 상이점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작금의 경제난을 인식한 각당 후보는 경제질문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우선 경제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에는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과거의 토론회에 비하여 훨씬 내실있는 토론이었으나 다음과 같은 몇몇 사항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공약 수정제시해야 ▼ 세사람 모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시급하다는 데는 동조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IMF의 간섭 역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IMF의 권고에 의한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되어 각종 부작용들이 표출될 때에도 계속 IMF의 간섭을 용인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특히 현재 제시한 각종 공약들의 이행이 불가능해졌을 때 이를 IMF의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여 공약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후보들은 IMF가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고도 이행이 가능한 수정된 공약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이회창후보와 김대중후보는 이에 대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각 후보는 이행가능한 공약만을 수정발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재정을 이용한 각종 선심성 공약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겪어야 할 경제개혁의 가장 큰 고통은 실업의 증가가 될 것이다. 비록 김대중후보가 실업의 증가를 임금상승의 자제와 근로시간의 감소 등의 질적조정으로 최소화시키겠다고 하나 실업의 증가는 이미 가시화된 현상이다. 세후보가 공히 새로운 벤처기업을 육성하여 실업을 흡수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 역시 대규모실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우선 기존기업에서 유출되는 실업자 증가와 새로운 벤처기업에서 창출되는 고용수요의 증가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것이다. 더욱이 기존기업에서의 실업은 대부분 50대이상의 비전문직에서 대규모로 일어날 것이나 벤처기업에서의 고용은 40대이하의 전문직위주로 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 당분간 실업률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며 세 후보는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국민에게 구해야 할 것이다. 현 경제난의 핵심원인 중 하나로 금융산업의 부실화를 공통적으로 지적한 세 후보는 모두 금융개혁법안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개혁의 각론에서는 세후보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 금융개혁 방향 이견 ▼ 이인제후보는 단호하고 과감한 개혁을 주장하며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으나 현안인 개혁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제시는 없었다. 반면 이회창후보는 금융감독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 재정경제원 안을 찬성했다. 13개법안중 11개법안만을 우선 통과시키자며 가장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던 김대중후보는 은행감독권을 한국은행에 귀속시켜야 한다며 한은쪽 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금융개혁법안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합의를 통한 금융개혁법안의 통과를 통해 금융개혁의 의지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세 후보는 모두 현 경제난의 원인으로 정치에 의한 경제의 지배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경제난의 타파를 위하여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으나 이제는 정부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필자는 세 후보의 경제지식을 듣기보다는 『경제는 경제전문가에게 맡겨 정치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말을 기대하였으나 누구도 그런 소신은 보이지 않았다. 이두원<연세대교수·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