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동남아위성TV]세계최대 시장 부상할듯

  • 입력 1997년 11월 18일 08시 00분


태국 방콕 파야타이에 있는 SM타워의 아시아 방송과 통신 네트워크(ABCN)본부. 내년 상반기 위성방송 개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디지털 가정직접수신위성방송(DTH)과 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할 종합 멀티미디어 네트워크인 ABCN은 내년초 라오스에서 인공위성 L스타를 발사한 뒤 대만에서 40개 채널로 먼저 방송을 시작한다. 아시아의 위성방송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도무지 경쟁력이 없을 것같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외협력실의 누탸나 림분피왓은 『각 국의 케이블TV보다 많은 수의 채널, 극장이나 케이블TV보다 싼 요금, 부가적인 통신서비스 등을 무기로 우리가 파고들 수 있는 틈새시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ABCN에는 태국의 M그룹과 계열사인 IEC를 비롯해 캐나다의 텔샛, 일본의 이토추 상사, 미국의 로랄 스페이스 앤드 컴 등이 참여했다. ABCN의 설립을 주도한 M그룹은 인공위성 타이콤을 쏘아올린 시나와트라 그룹에 비하면 군소규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지금까지 두 개의 L스타 위성에 1억7천7백만달러를, 자체 사업에 1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또 라오스 정부에 5억달러를 지불하는 대가로 30년동안 L스타1, L스타2 위성을 독점사용할 권리를 얻어냈다. ABCN은 동남아시아에서 위성방송 시장이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일본의 위성방송 사업자들과 홍콩의 스타TV 등 아시아의 거대 미디어 군단들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각 국에서도 위성방송의 열기가 뜨겁다. 2,3년전까지만 해도 위성수신 안테나의 소유를 금지할 정도로 강한 규제정책을 유지해왔던 동남아시아 각 국들이 최근 앞다투어 규제완화와 기업지원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위성수신 안테나의 소유가 불법이었으나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동남아위성(Measat)」이 출범하면서 이 법안이 폐지됐다. 유일한 디지털 위성방송 네트워크인 MBNS는 이미 아스트로 디지털 DTH사업에 1억1천8백만달러를 쏟아부었으며 콸라룸푸르에 방송센터를 건립하면서 5천9백만달러를 투자했다. 아시아 최초로 위성을 쏘아올린 인도네시아에서는 위성산업의 독점권을 갖고 있는 인도비전이 지난 2월부터 스타TV와 손잡고 디지털 DTH 방송을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아직도 개별 가구의 위성수신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 금융기관이나 외국대사관 등이 위성수신 접시안테나를 설치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홍콩의 중국반환 이후 아시아에서 홍콩을 대신하는 새로운 위성방송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국제위성방송 사업체는 모두 21개. 경제전문채널인 ABN, 영화채널인 HBO, 스포츠 TV인 ESPN, 음악채널인 MTV, 가라오케 위성방송인 KTV, BBC월드, 디즈니, 디스커버리 등 대형 위성방송 사업체들이 최근 2년사이 아시아지역 본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겼거나 새로 개설했다. 7월 홍콩의 중국반환이후에도 아시아넷 커뮤니케이션스, AXN서비스 등 2개 업체가 싱가포르로 본부를 옮겼다. 이처럼 싱가포르가 아시아 위성방송의 중심지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싱가포르를 아시아 지역 방송정보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외국 방송업자들을 유인해온 싱가포르 정부 정책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94년 전신국이 독점해왔던 위성방송 송출권을 외국방송사에도 허용해 외국 방송업자들의 진출에 길을 텄다. 94년 정부의 디지털 멀티미디어 계획인 「IT2000」계획 발표와 함께 설립된 싱가포르방송청(SBA)은 외국위성방송 업자들이 한 곳만 들르면 방송허가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센터」의 기능을 하고 있다. SBA 산업개발국의 도로시 레이는 『국제위성방송 업자들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지원 업체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이로 인해 95년 한 해 동안 방송과 TV제작분야에서만 경제지출이 37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이면 아시아의 인구가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TV시청가구도 4억이 넘게 된다. 연간소득 3만달러 이상의 중산층도 5천1백만 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가세로 아시아가 미국 유럽을 무색케하는 세계최고의 위성방송 시장으로 부상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콕·싱가포르〓김희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