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창당… 투표…』 모의총선 열기 후끈

  • 입력 1997년 11월 17일 07시 52분


『왜 개혁자유당이어야 할까요. 우리 당은 책임감이 강하고 정직하며 신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준비가 돼있습니다. 우리 당이 집권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건 단 한가지, 여러분의 표 한장입니다』

캐나다 밴쿠버의 노스델타 고교 11학년(고3 해당)인 타이슨 왕은 선거유세를 하느라 10월을 바쁘게 보냈다.

정치학 시간에 선거과정을 배우기 위해 모의총선을 치렀는데 왕이 개혁자유당의 당수가 됐다. 34명의 동급생을 유권자로 해서 캐나다의 실제 정당인 자유당(LP) 보수당(CP) 신민주당(NDP) 개혁자유당(RIP)으로 나뉘어 선거운동을 벌였다.

왕이 이끄는 개혁자유당이 내건 공약은 △학문적 자유 △경제적 평등 △세금감면 △사형제도 부활 등 4가지.

왕은 3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식주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된다, 세금이 너무 많다, 현 사법제도가 범죄율을 줄이지 못하므로 사형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6명의 친구들로 보건복지부장관 재정경제원장관 법무부장관 등 예비내각도 구성했다.

선거결과 개혁자유당은 8표를 얻어 12표를 얻은 자유당에 패하고 말았다. 자유당이 내건 공약은 환경친화적 산림정책과 인종주의 철폐.

공약에서는 개혁자유당에 뒤졌지만 당수인 조던의 유머감각과 카리스마가 진지하기만 했던 왕을 눌렀다는게 선거 뒷얘기.

영국 런던의 애비우드 학교에서는 영국 총선이 치러진 지난 5월1일 교내에서 모의총선을 치렀다.

이 학교 수잔 헤리 교장은 『선거권이 없는 아이들이지만 영국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유권자가 얼마나 큰 책임이 있는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구의 정치교육은 교과서와 교실안에 갇혀있지 않다. 학생 스스로 만들어보는 선거공약과 팜플렛이 교과서이고 국회의사당 백악관 정당 선거본부가 교실이다.

국회의원이나 주지사는 때로 학생들의 수업시간에 불려가 『주지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월급은 얼마나 어디서 받는가』 등 여러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시 교육위원회 회의에는 학생대표를 반드시 참석시켜 교육관련 정책결정에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돼있다.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고교에는 「실용 정치학」이라는 과목이 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선거본부에서 선거과정을 지켜보며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돕는다. 기부금 모집 외에 전화받기 편지보내기 등 모든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

뉴저지주 버건 카운티에 사는 고교 졸업반 이마니 존스(17·여)도 매주 토요일 오후 동네 민주당사에 들러 봉사활동을 한다.

『공화당 출신 부시 전대통령의 보수적인 정책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대대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집안 분위기도 영향을 주었고요』

존스는 전화를 받고 유권자들에게 보낼 우편물을 부치거나 신문 스크랩을 한다. 당직자들에게 『클린턴대통령의 교육정책에 대해 학생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캐나다 오타와의 우드로프 학교 학생 2백여명은 10월1일에 「배움의 불꽃」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리본을 달고 학교 근처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심각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교원삭감계획을 발표하자 교원노조가 파업을 했고 학생들이 이를 지지하고 나선 것.

이 학교 바버라 매킬빈 교장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내버려두었다』며 『정치적 의사표시인 데모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밴쿠버·런던·버건 카운티·오타와〓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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