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49)

  • 입력 1997년 11월 8일 09시 23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7〉 여자들은 객청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로 향을 피웠다. 그리고는 탁발승들을 단 위에 있는 한쪽 장의자에 앉게 하고 교주를 비롯하여 쟈아파르와 마스루르는 다른 쪽 장의자에 앉게 했다. 여섯 사람의 방문객은 그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은 마지막으로 짐꾼을 불러 말했다. 『당신은 통 예절을 모르는군요! 당신은 이제 손님이 아니라 우리집 식구나 다름이 없어요』 그러자 짐꾼은 허리띠를 고쳐매며 말했다. 『제가 할 일은 무엇이지요?』 『거기 가만히 서 있다가 우리가 부르면 달려와 거들어주세요』 『알았습니다』 짐꾼은 이렇게 말하고 객청 저편에 우두커니 혼자 서 있었다. 그때 첫번째 여자는 나직한 걸상 하나를 내어오더니 그 위로 올라가 반침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짐꾼을 향해 소리쳤다. 『이리 오세요! 좀 거들어주세요!』 짐꾼은 얼른 달려가 보았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뜻밖에도 두 마리의 커다란 검은 암캐가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게 아닌가. 『놓치지 않게 단단히 붙잡고 끌어내세요!』 여자가 소리쳤다. 짐꾼은 개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쇠사슬을 손에 감아쥔 채 객청 한가운데로 개들을 끌어냈다. 난데없는 개의 출현을 보고 탁발승 일행과 교주 일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개들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걸까?』 교주는 쟈아파르의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다.『글쎄요. 저로서도 무슨 영문인지 통 알 수가 없습니다』 쟈아파르가 말했다. 『그때 여주인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채찍을 거머쥐고 는 짐꾼에게 말했다 『한 마리를 끌고 오세요』 그러자 짐꾼은 개 한마리를 끌고 여자 앞으로 나아갔다. 개는 겁먹은 눈으로 슬피 짖으면서 머리를 내저었다. 그러한 개를 향하여 여주인은 마구 채찍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개는 슬피 울었지만 여자의 채찍질은 멈추지 않았다. 『대체 뭐하는 짓일까? 개를 저렇게 때리다니』 교주는 다시 쟈아파르의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다. 『글쎄요. 저로서도 통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쟈아파르가 말했다. 울부짖는 개를 향하여 정신없이 채찍질을 해대던 여주인은 마침내 채찍을 내던지고 개를 가슴에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개의 눈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 목에 입맞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개를 끌어안고 입맞추곤 하던 여자는 이윽고 짐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개는 데리고 가고 다른 개를 끌고 와요』 영문을 모르는 짐꾼은 여주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여주인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사정없이 개를 향하여 채찍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잔인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교주는 마음이 아파오고 가슴이 답답하여 견딜 수 없었다. 어째서 그 아름다운 여자가 그토록 모진 매질을 개에게 퍼부어대고 있는지 그 까닭이 궁금하여 미칠 것 같았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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