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05)

입력 1997-09-24 07:49수정 2009-09-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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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31〉 『오, 여보, 미안해요. 그렇지만 나는 이제 당신 아버지 손에 죽어도 여한은 없답니다』 마루프는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자 공주는 말했다. 『제 말 잘 들으세요.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당신을 용서하지 못할 사람은 대신이랍니다. 대신은 몇 차례나 아버지께 진언을 했답니다. 당신은 사기꾼에다 허풍선이라고요. 그런데도 물욕에 눈이 어두운 아버지는 대신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대신은 일찍이 저를 아내로 달라고 청한 바 있습니다만, 저의 반대로 그 청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습니다. 그러니 대신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듣고 있던 마루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는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은 오늘 낮에 당신이 계시지 않는 동안 아버지와 대신이 저를 불러내어 당신의 정체를 밝혀내라고 하셨답니다. 아버지의 재물은 이제 거의 탕진되고 말았는데도 당신의 짐은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아버지 입장도 이제 난처해질 대로 난처해진 것이지요. 당신이 한푼 없는 빈털터리라는 사실을 아버지가 알게 되면 당신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희대의 사기꾼한테 사기를 당해 재산을 탕진하고 딸까지 빼앗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왕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닐 테니까요』 듣고 있던 마루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아버지 손에 죽음을 당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당신은 제 남편이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아버지 손에 죽게 되면 제가 희대의 사기꾼한테 속아서 시집을 갔다는 소문이 세상에 퍼지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제 체면도 말이 아닐 테니까요. 그뿐 아니라, 만약 당신이 아버지 손에 죽게 되면 틀림없이 저는 다른 사람한테 시집을 가야 할 거예요. 하지만 그런 일은 참을 수 없어요. 죽는 한이 있어도 말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한 공주는 소리없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마루프 또한 고뇌에 찬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공주는 계속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해요. 당신은 지금 곧 백인 노예의 옷으로 갈아입고 발 빠른 말을 타고 달아나세요. 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고장으로 말이에요. 그리고 여기 오만 디나르의 돈이 있으니 이걸 가져가세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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