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첫 출근을 했을 때 남자와 차별받지 않는 능력있는 캐리어우먼이 되리라 다짐했다. 첫아이를 낳고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둘째아이를 가진 지금은 「어떻게든 직장을 그만두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하는 비장함뿐이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과 보육원을 전전하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스스로를 자학하기도 여러번. 엄마인 내가 먼저 독해지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선거정국을 맞아 각 후보진영마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육아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형편없이 낙후된 탁아시설과 운영상태를 접하면 복지사회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성표를 의식한 다양한 공약이 지속적인 정책으로 이어져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속화하고 소비에 앞서 생산적인 삶을 지향하는 의식이 충만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육아문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당사자인 여성 자신이 모두 끌어안고 감수해야 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가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채순미(서울 강동구 고덕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