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이금희/북경의 부끄러운 한국인

  • 입력 1997년 8월 28일 08시 48분


북경 이화원앞 조그마한 공예품 가게에서 일하는 조선족이다. 이화원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내왕하는 곳으로 한국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온다. 그런데 동료들이 하루는 「도둑고양이 한국인」이라며 놀리는 것이었다. 같은 민족으로서 듣고보니 기분이 상했다. 이야기인즉 언제부터인지 한국 관광객들은 정문을 통하지 않고 이화원에 입장한다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들은 당당히 정문으로 입장하는데 유별나게 한국사람들만 뒷문 출입을 하는데 알아보니 입장료를 아끼기 위해 뒷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화원의 외국인 입장료는 35원(한화 약3천원)인데 이화원 담장과 연결된 식당 청려관과 짜고 40원짜리 식사를 하고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식사후 이화원 관리인에게 들킬까봐 도둑고양이처럼 뒷문을 통해 몰래몰래 들어가는 한국 관광객을 보고 있노라면 측은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여행사들이 가격경쟁을 하느라 관광객들을 모두 뒷문을 통해 들여보내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이드 손에 이끌려 들어가는 한국인들을 보니 민망스럽고 창피하기까지 하다.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국여행사들의 이런 비윤리적인 추태를 언제까지 내버려 둘 것인가. 중국에 있는 많은 조선민족이 한국인들을 보고 배우고 있다. 다른 민족들에 「도둑고양이 한국인」이 아닌 예의 바르고 질서의식이 있고 정말 선진적인 국가민족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러한 방법을 알텐데 왜 유달리 한국인들만 비양심적인 행위를 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고향 친구들이 식당에서 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요즘 한국 단체손님 받기를 꺼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먹을만한 냉면 한그릇에 20원이고 한식은 보통 32원씩 하는데 가이드들은 음식값을 깎아 1인당 16원짜리로 하니 너무 싸 무엇을 대접해야할지 고민이고 손님이 더 달라고 하면 짜증이 난다고 한다. 가이드들은 손님들에게 한사람당 몇십원짜리 식사를 시키는 것처럼 소개하지만 실제로 이런 형편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점점 식당의 한쪽으로 밀려나고 있으니 애석한 일이다. 처음부터 여행사와 잘 상의하여 정당한 돈을 내고 식사를 하도록 하고 결코 「도둑고양이 한국인」 소리를 듣지 않도록 부탁드린다. 이금희(중국 북경시 해정구 이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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