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52주년을 맞은 15일.
국민회의 당사는 여느 휴일과 다름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이날 휴가 이틀째를 맞은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시내 모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당 간부들도 대부분 당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개인일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국민회의에서 이날이 일반 공휴일이 아닌 우리 민족의 경축일인 광복절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은 『참다운 광복은 참다운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때 이뤄진다』며 연말 대선승리의 결의를 다진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의 「광복절 기념성명」이 전부였다. 국민회의는 이날 자체 광복절 행사도 갖지 않았다.
이날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비롯,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가 참석해 광복의 뜻을 기렸다. 결국 3당 대통령 후보 중 국민회의 김총재만 불참한 것이 됐다. 국민회의에서도 金忠兆(김충조)사무총장을 「대표」로 파견했지만 「면피용」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물론 광복절 행사 참석 여부가 한 개인의 애국심을 재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김총재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의심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7월 중순부터 계획됐던 김총재의 휴가일정이 TV토론과 KAL기 참사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다 가까스로 잡힌 속사정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총재의 「광복절 외면」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신광개토시대」개막과 21세기 민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고 누누이 강조해온 김총재이기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김총재는 12월 대선 출마를 목전에 두고 있는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특히 애국심을 보여 주는데는 몸을 아끼지 않아야 할 입장이 아닌가.
그런 김총재가 광복절 행사에 일체 불참하고 호텔에서 개인휴가를 즐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잠시 시간을 내 기념행사에 참석하든지, 정 참석이 어려웠다면 「총재권한대행」을 대신 보내거나 자체 광복절 행사를 마련하는 성의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영찬<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