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인규명 철저 공정해야

  • 입력 1997년 8월 11일 20시 22분


대한항공 보잉747기의 괌 추락참사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정확한 원인규명은 항공안전체계 및 기술적인 결함 등을 가려내 사고의 재발을 막자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원인은 항공사 항공기제작사 관계당사국의 공신력, 피해보상 책임 등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철저한 조사를 토대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어떤 예단도 있어서는 안된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한국정부 사고조사반과의 1차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원인이 기체 결함이나 관제탑의 기계고장이 아닌 조종사나 관제사의 과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은 경솔한 처사였다. 미국방송들이 자국이기주의에 편승해 「조종사의 실수」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한미 양국간에 미묘한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도 유감이다. 사고원인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블랙박스 해독과 기체잔해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고기가 정상고도를 유지하지 못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괌 공항의 관제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공항의 관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추락참사는 모면했으리라는 주장을 가능케 한다. 물론 관제탑의 최저안전고도경보시스템 고장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일 수는 없다. 그것보다 추락직전 저고도 비행의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고도상실이 기체나 관제시스템의 결함 때문인지, 기상이변탓인지, 아니면 조종사의 과실이었는지는 블랙박스 판독과 당시의 정황, 기체결함 여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자면 무엇보다 이같은 조사가 공정해야 한다. 국익을 앞세워 진상을 은폐하거나 국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진실을 왜곡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조사단이 현장조사와 블랙박스 분석과정에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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