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가족과 함께」라는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엔 부부가 각자 휴가를 보내거나 부모가 어린 자녀를 따로 떼어 놓고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등 젊은 부부들 사이에 새 휴가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신세대들은 가족끼리도 흩어져 쉬어야 편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 부부 따로형 ▼
자녀가 없는 젊은 맞벌이 부부사이에 흔하다. 모처럼의 휴가를 굳이 배우자 사정에 맞추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쓰려는 신세대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결혼한 문모씨(31·경기 수원시)부부는 이번 휴가를 「아내는 친정에서, 남편은 시댁에서」 보냈다. 아내 김모씨(26)는 『남편은 함께 한적한 곳에 있는 시댁에서 쉬고 오기를 원했지만 나에겐 휴식이 될 것 같지 않아 친정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부부의 취향이 달라 각자의 방식으로 휴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G광고사에 다니는 윤모씨(32·서울 역삼동)는 돌아다니기를 싫어하는 「방콕형」. 윤씨는 『의사인 아내는 서로 휴가기간을 맞춰 함께 유럽에 가고 싶어했지만 조용히 집에서 쉬고 싶어 아내만 유럽여행을 보냈다』고 말했다.
휴가를 따로 보내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신세대들이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부모 자녀 따로형 ▼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친정이나 시댁 또는 24시간 탁아소에 자녀를 맡겨두고 떠나거나 데리고 휴가를 가도 일단 휴가지에 도착하면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
「머리가 커버린」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휴가를 보내기 싫어해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또다른 현상이다.
제주 하얏트호텔은 올해 호텔 투숙객의 5∼12세 자녀를 맡아주는 「어린이 캠프 하얏트」를 열었다.
이 호텔 홍보실장 강민수씨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휴가지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해 이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외국에선 보편화된 프로그램으로 20,30대 젊은 부부들의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지나치게 얽매이는 우리의 정서에는 아직 낯설지만 이런 모습들은 부부만의 세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더욱 눈에 띌 것 같다.
▼ 나홀로 아버지형 ▼
전업주부인 아내와 자녀를 여행보내고 홀로 휴가를 보내는 「나홀로 아버지」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회사원 이모씨(42·서울 홍제동)는 올 여름 휴가때 12세 된 아들과 9세 된 딸 그리고 아내를 유럽에 여행보냈다.
그는 『가족구성원도 때로는 서로를 얽매고 있는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남편이나 아내, 부모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때로는 그 어떤 의무감보다도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