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경연/해외여행객 술집서 추태 낯뜨거워

  • 입력 1997년 7월 28일 08시 11분


신혼여행으로 동남아를 여행했다. 낮일정이 끝나고 저녁식사 후에는 개인들의 자유시간이어서 몇몇 사람들과 우리나라의 디스코텍 비슷한 술집에 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재즈바를 연상케 하는 그곳은 조용하고 아담한 분위기였는데 이미 많은 외국인과 현지인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1부는 가수의 노래와 연주를 듣는 시간이고 2부에 손님들이 홀에 나와서 춤을 추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1부의 그 조용한 분위기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깨져버렸다. 그들은 뒷자리에 앉은 우리 일행에게도 들릴만큼 큰소리로 떠들면서 홀에 나오더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에게 서툰 영어로 자신들도 노래를 한곡 부르고 싶다고 조르는 것이었다. 가수와 웨이터들이 안된다고 하는데도 그들은 마이크를 강제로 빼앗다시피하여 기어코 노래를 불렀다. 아리랑이었다. 순간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술에 잔뜩 취한 사람들이라 노래는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아 소음에 불과했다. 손님들이 야유를 보내자 그들은 자리로 돌아갔는데 한참후 분위기가 다시 무르익을 때 또 한번 소동이 있었다. 계산대에서 큰 소리가 나 쳐다보았더니 조금전에 소란을 피우던 그들이 이젠 술값을 깎고 있었다. 해외에서 이같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어글리 코리안」이란 오명을 듣게 될까 걱정이다. 이경연(경기 고양시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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