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50)

  • 입력 1997년 7월 25일 07시 39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03〉 나는 자석산에서 내가 본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고 붉은 수염의 사내는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사람들에게 통역해주었습니다. 『자석산 꼭대기는 험준한 산들로 이루어진 오지였습니다. 그 산에는 온통 침향나무들이 우거져 있었고,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개울들이 있었습니다. 그 작은 개울들이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루었는데 그 물줄기는 곧 동굴 속으로 흘러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개울 바닥에는 갖가지 신기한 보석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난 나는 자석산에서부터 내가 가져온 갖가지 진귀한 보석들을 펼쳐보였습니다. 그 급류 속을 떠내려오는 동안에도 다행히 대부분의 보석 자루들은 뗏목에 묶인 채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펼쳐보이는 보석들을 보자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끼리 무엇인가 심각한 토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열띤 토론 끝에 그들은 어떤 결론에라도 이른 듯 몇 사람을 어딘가로 급히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태도로 보아 뭔가 사태가 좀 심상치 않은 것 같았습니다만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사람들 앞에 그 값비싼 보석들을 내어보인 것은 잘못한 일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붉은 수염의 사내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임금님께 보고하기로 했답니다. 당신이 자석산에서부터 왔다는 사실은 예삿일이 아니니까요』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걱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그게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그게 이 나라 국법에 위반되기라도 합니까?』 『아니오. 그건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이 자석산에서부터 왔다면 그건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중대한 사태라 아니할 수가 없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더욱 걱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제발 부탁이니 좀 설명을 해 주십시오. 내가 자석산에서부터 왔다는 사실이 어째서 이 나라 사람들에게 중대한 사태가 되는지를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다그쳐 물었을때야 붉은 수염의 사내는 말했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이 나라에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언젠가 저 산맥 너머에 있는 자석산에서부터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는 귀인이 내려와 이 나라와 이 나라 백성들을 인도할 것이라는 예언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예언을 믿는 이 나라 백성들은 자손대대로 자석산에서부터 내려와 우리를 구원해줄 그 귀인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러나 수 천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아무도 저 자석산에서부터 내려온 사람은 없었답니다. 당신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듣고 있던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외쳤습니다. 『설마하니 당신들은 나를 그 전설에서 말하는 귀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나는 한갓 바그다드 태생의 상인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은 오직 알라뿐이라는 걸 모르십니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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