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대들의 순수한 죽음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엊그제 변산해수욕장에서 익사 직전의 초등학생들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고교생 3명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들은 초등학생 10여명이 탄 고무보트가 뒤집히는 사고를 목격하자 동료학생 5명과 함께 구조에 나서 모두 구출한 뒤 자신들은 급류에 휩쓸리고 힘이 부친 나머지 생명을 잃고 말았다. 전주고 1년 동기생인 이들 10대는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자기안위를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물 속에 뛰어들었다. 이 순수한 청소년들의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은 각박하고 메마른 오늘날의 세태에 무거운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요즘 청소년들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학교폭력이나 탈선이 빈발하는 가운데 자기중심적이고 나약하게만 보이는 10대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아직 우리의 대다수 청소년들은 선량하고 올곧게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죽음은 고귀했다. 학교폭력의 근원지처럼 인식되고 있는 서클활동도 마찬가지다. 일부 불량서클이 문제가 되면서 건전한 서클활동조차도 경원하는 것이 최근 학교 안팎의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이 속해 있는 서클은 40년간 이어져오면서 교우관계를 다지고 호연지기와 인성을 키우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결국 서클은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지, 그 자체를 기피할 이유는 없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의로운 죽음이 단지 일시적인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어려운 처지의 남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는 희생정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꼭 되찾아야 할 소중한 덕목이다. 이들 청소년의 의로운 죽음은 어른들의 먼지 낀 마음의 거울을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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