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3)

  • 입력 1997년 7월 18일 08시 12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96〉 이튿날 아침 우리 일행은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 둘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나는 말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저 바다에 익사하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어쩌면 알라의 뜻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알라의 뜻이라고 한다면 분명히 우리에게도 살아서 돌아갈 길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누군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살아서 돌아간다고? 우리가 살아서 돌아가려면 배가 와야 하는데, 우리를 구하려고 오는 배는 어느 것이나 우리가 당한 것과 똑같은 꼴을 당하고 말걸』 그래서 내가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배도 우리를 구하러 올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두 가지 희망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뗏목을 만들어 타고 이 해역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림도 없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이 바다에 뗏목을 띄우는 것은 죽으러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파도가 거칠어 뗏목은 띄우기가 무섭게 절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고말걸. 설사 뗏목을 띄워 어느 정도 여기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렇지. 물 한모금 싣지 않은 채 뗏목을 타고 떠났다가 어떻게 견뎌낼 수 있다는 거야. 이 바위 절벽 밑에는 물이라고는 나지 않으니 말이야』 듣고 있던 나는 말했습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 바다에 뗏목을 띄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충분한 식량과 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저 바위 절벽을 넘어가는 것입니다. 저 절벽을 넘어가면 물을 구할 수도 있고, 그리고 살아날 수 있는 무슨 방도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더욱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저 깎아지른 절벽을 넘어간다고? 당신은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오? 저 절벽을 오른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오. 게다가 저 절벽을 넘어간다고 물이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소?』 『그렇지만 이 절벽 아래 그냥 웅크리고 앉아 죽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을 순 없는 일 아니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후로도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설득하였습니다. 오랜 설득이 있은 뒤에야 사람들은 하나 둘 내 의견에 찬동을 보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저 절벽을 오르려면 긴 줄사다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밧줄과 나무조각들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줄사다리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줄사다리를 이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저 바위 절벽 꼭대기까지 닿는 줄사다리를 만들자면 그 길이가 얼마나 돼야 할까요? 적어도 십 리는 될걸요. 십리나 되는 줄사다리를 만들자면 며칠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리고 설령 그걸 만든다 할지라도 그걸 어떻게 저 바위 절벽 꼭대기에다 걸 수 있겠습니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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