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시형／北의「어차피 증후군」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인가? 물론 그것은 누구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 그것은 김정일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비약이요, 단순 논리일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국내외 그리고 이북 정황으로 보아 그렇게 생각해도 크게 빗나가는 이야기는 아닐 성싶다. 우리 목숨이 그리고 한 나라 운명이 한사람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하지만 그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 딜레마에 빠진 김정일 ▼ 자, 그렇다면 김정일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어떤 성격이며 도대체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건가? 이 역시 누구도 잘 모른다. 그러나 최근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 본 사람의 단편적인 증언에 의해 조금씩 그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우선 그는 소심하고 즉흥적이며 충동적이다. 도량이 좁고 기분의 변조가 심하다. 야행성이며 호전적이다. 특히 그는 무력통일을 신조로 하고 있다. 거기다 그는 이제 군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기분이 으스스하다. 폭력적 도발에의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 뿐 아니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 음침하다. 불안 초조의 빛이 역력하지만 애써 감추려 하고 있다. 그의 발작적인 충동적 성격도 여기서 비롯된다. 복잡한 성장환경, 신체용모에서 오는 콤플렉스, 아버지의 그늘에 압도된 자신의 모습에서 그는 심한 열등감에 빠져 있다. 군사력 증강에 혈안이 되어있는 그 이면엔 열등의식이 빚은 자기부전감(自己不全感)의 보상심리가 있다. 모든 폭력의 심리적 요인은 열등 콤플렉스에서 온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 소외계층에서 폭력성향이 높은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사이비 종교집단의 세습교주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약속한 지상낙원은 찾아오지 않고 신도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지금 북쪽엔 「어차피 증후군」이 만연되어 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을바엔 최후 발악으로 전쟁이라도 났으면 하는 자폭적 심리다. 남쪽은 잘 산다니까 몽땅 점령하면 실컷 먹기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 교주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몰고 올 엄청난 대가 역시 그는 계산하고 있다. 그렇게 무모하지도 않다. 나름대로 신중하다. 묘책이 없을까? 신전(神殿)을 유지하면서 교도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을까? 그도 모르고 있진 않으리라. 나라를 열기만 하면 된다. 당장 신흥공업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하지만 여는 날 체제는 끝장이다. 이것이 모든 사이비 종교집단의 딜레마다. 일단 닫아놓고 철저한 감시로 통제할 수밖에 없다. 외부는 적이다. 미제 침략자와 남반부 앞잡이들을 까부수어야 한다. 증오심에 불을 지르고 신도집단을 모두 자폭부대로 세뇌시키고 있다. 이 좁은 땅에 핵폭탄 세균전이라니 너 죽고 나 죽자는 이야기다. 이보다 더 무서운 일도 없다. ▼ 변혁이냐 체제유지냐 ▼ 휴전선에서의 작은 이상에도 남쪽엔 선거판도가 바뀐다. 간첩선 하나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니 로켓 한방이면 서울이 마비된다. 그는 이걸 무기로 이웃을 협박한다. 처음 듣기엔 억지요 생떼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 그의 세뇌전략은 정확히 먹혀든다. 처음엔 그렇게 여론이 들끓더니 이제 원자로 건설은 당연한 것처럼 조용해졌다. 아직도 핵보장은 받지도 못하면서…. 얼마간은 이대로 간다. 밖으로는 강온작전을, 안으로는 통제와 우상화 작업으로 버텨나갈 것이다. 그 역시 「어차피증후군」에 빠지지 않는 한…. 이시형(삼성생명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