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창복/「변호사선임 강제」民訴法개정안 재고를

  • 입력 1997년 6월 27일 07시 18분


우리 사회에서 시대변화에 둔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가장 보수적인 분야는 어느 곳일까. 개혁의 필요성이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시대변화에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행하며 무풍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법조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민사소송시 많은 사람들은 최하 5백여만원의 높은 변호사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직접 소송을 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이유뿐만이 아니라 법률지식의 보급에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직접소송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해 놓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에는 항소심 이상의 경우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만 재판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이는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처사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헌법상 세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은 사실상 박탈되기 쉽다. 예컨대 소액사건의 경우 1심에서 패한뒤 항소하여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비용을 제하면 아무런 실익이 없게 된다. 본인도 실제로 1심에서 패한후 항소심에서 이겼으나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어도 변호사 비용 때문에 항소를 포기하는 일이 속출할 것이다. 변호사들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이러한 악법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는 절대로 이 법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창복(서울 강남구 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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