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한창원/등산로 불법주차로 구조활동 애먹어

  • 입력 1997년 6월 26일 07시 31분


일선 소방서의 구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조대원으로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마디로 등산을 하는데 굳이 승용차를 갖고 와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지난 일요일 119구조요청이 들어왔다. 서울 북한산 보현봉을 오르던중 바위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환자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구조대가 출동했다. 보현봉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평창 제2매표소를 통과하는 것이 제일 가까운 코스여서 구조차량을 타고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못해 정지할 수 밖에 없었다. 등산객들이 가지고온 승용차의 무질서한 2열주차로 인해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차량진입을 포기하고 구조대원들이 그 무거운 산악장비를 들고 뛰었다. 그바람에 부상자가 있는 정상근처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혹시 부상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을까 대원들은 몹시 걱정했으나 다행히 발목 부근이 골절됐지만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어서 안도의 숨을 쉬었다. 등산을 할 땐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바란다. 혹시 승용차를 갖고 왔더라도 주차할 곳이 없으면 등산을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시민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창원(서울 종로소방서 119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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