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호주 필립섬]해변의 밤 「펭귄 퍼레이드」

  • 입력 1997년 6월 26일 07시 31분


어둠이 주위를 덮는 밤8시. 해변을 쓰는 파도소리만이 적막을 가른다. 이 해변의 모래밭에 설치된 관망대에는 이미 4백명 가까이 되는 관광객들이 숨을 죽인채 펭귄맞이에 여념이 없다. 20분쯤 지나자 저 멀리 바다에서 흰점 몇개가 가물거린다. 페어리 펭귄이다. 짙은 어둠이지만 모습은 확연했다. 하루종일 물질에 지친 탓인지 기우뚱 거리며 걷는 모습이 코미디를 보는 듯 했다. 잠시후 흰점들은 큰 무리를 이루며 행진을 시작했다. 관중들의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관망대는 펭귄이 지나는 길목에 있어 펭귄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데는 이상이 없다. 그러나 이 모습을 찍겠다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가는 필름도 빼앗기고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플래시 광선에 펭귄이 실명하기 때문이다. 여기는 멜버른의 동남쪽 1백20㎞ 거리에 있는 필립섬의 서머랜드 비치.지난 20년대부터 매일 밤 펭귄들이 잠자리를 틀기 위해 해변에 오르는 장관이 관찰돼 이미 오래전에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그러나 88년부터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펭귄보호문제가 대두돼 요즘은 연간 관람객을 59만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페어리 펭귄은 신장이 33㎝로 펭귄중 가장 키가 작은 종류. 이 비치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페어리펭귄은 자그마치 1천마리나 된다. 〈필립섬〓허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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