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헝겊 그림책 만드는 주부 김혜환씨

  • 입력 1997년 6월 24일 08시 10분


주부 김혜환씨(38·경기 안양시 박달동)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책을 만드는 엄마」로 소문나 있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놀 수 있도록 헝겊위에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공들여 수를 놓고 퀼트를 곁들여 그림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완성한 「숟가락으로 먹는 책」에는 표지에 작은 놋수저가 매달려 있다. 속에는 떡수단 팥빙수 등 음식 만드는 법과 재미난 속담이 담겨 있다. 바느질 도구와 기법을 다룬 「바느질 시간」에는 인형과 인형옷, 이불 베개 등 소꿉놀이 소품까지 들어 있다. 『결혼 후 8년 동안 두 아이를 키우느라 집안일만 하다가 내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그림에 취미가 있어 89년 문화센터에서 「엄마가 쓰고 그린 그림책」강좌를 듣고난 뒤 「뛰떼와 또또」를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펴내게 됐죠. 그 뒤 나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자는 뜻에서 종이책 대신 헝겊책에 관심을 돌리게 됐습니다』 정지영(중3) 송이(초등교4) 남매의 별명을 따서 만든 첫 책은 독자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덕분에 아르바이트삼아 일러스트레이터로 짬짬이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3년전 초방그림책연구회라는 주부 모임에 참여했다.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꿈을 품게 되어 본격적인 배움의 길에 들어섰다. 자신만의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 준비를 해온 것이다. 두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바쁜 중에도 퀼트를 시작으로 전통공예미술학교에서 침선 조각보 전통염색을 공부했고 문화센터에서 아동문학창작강좌도 들었다. 요즘엔 도예연구소에도 다니고 어머니교실의 컴퓨터강습도 받고 있다. 강습비는 주부들에게 퀼트도 가르치고 자신이 틈틈이 구운 도자기 그릇을 판매해서 해결한다. 밖에 나가는 시간이 늘었지만 집에 있을 때면 아이들에게만 집중한다. 언젠가 방학 때는 송이와 동네 친구들을 위해 바느질 교실을 열어 송이를 즐겁게 했다. 아빠 팬티와 엄마 잠옷, 가족들의 헌옷을 가지고 반년 걸려 아이의 조각이불도 만들어 주었다. 부지런한 그는 「송이의 조각이불」이라는 동화를 써놓았고 지금은 전통염색과 옷감을 이용해 숫자와 색을 배우는 헝겊책을 만들고 있다. 『우리 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이제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에서는 시각장애자를 위한 헝겊 그림책도 많다는데 그런 쪽에도 관심을 둘 생각이에요』 〈고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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