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정성이 담긴 식량이 남북 적십자사를 통해 북녘에 직접 전달되기 시작했다. 직접 전달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대한적십자사 대표가 북한 땅을 드나들며 북한적십자회 대표를 만나는 등 인계 인수업무를 수행하기도 처음이다. 지난달 북경(北京)에서 남북 적십자사가 옥수수 5만t을 7월말까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4년 서울 수재(水災)때는 북한적십자회가 수재민 구호용 식량을 남쪽에 보내왔다. 또 95년에는 정부차원의 지원이지만 남쪽이 북한의 식량난을 덜어주기 위해 15만t의 쌀을 보내준 적이 있다. 따라서 남북간의 상호 식량지원은 이번이 세번째가 된다. 최근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냉각돼 있는 상황에 비추어 이번 식량지원은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원식량이 대한적십자사 마크와 기탁한 단체의 이름이 적힌 부대에 담겨 분배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남녘 동포의 따뜻한 정성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 오는 19일까지 일차적으로 북한에 전달되는 1만1천2백t의 식량 가운데 남쪽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각각 기탁한 옥수수가루 4천2백t과 옥수수 5천t은 대상지역이 평안도와 함경도 등으로 지정돼 1천만 실향민들의 고향돕기의 꿈을 일부나마 실현시켜 주었다. 북측대표가 신의주역에서 반갑게 식량을 전달받으며 『서울에 감사뜻 전합네다』고 인사했다는 보도는 흐뭇하다.
그러나 이번 지원식량 직접 전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우선 기탁단체에 따라 구입식량의 품질 가격 구매절차 등이 각각 다르고 복잡한 것부터 단순화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또 운송차량확보와 중국의 세관검색지연 등으로 빚어지는 인도 인수의 차질도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상당 부분 와해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내의 운송 보관 배급체제가 큰 문제다. 다가오는 장마철에 운송과 보관을 제대로 못해 야적된 상태로 방치된다면 지원식량이 주민들에게 전달되기 전에 부패하거나 손상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식량지원과 관련, 한국 기자들에 대한 중국 공안당국의 취재방해사건은 유감이다. 정부는 중국 당국과 협조,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해야 한다. 남북 적십자사는 오는 16일의 제네바 접촉에서 이런 모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검토, 개선하기 바란다.
북한의 식량난은 하루 이틀에 개선될 수 없을 정도로 구조적이다. 남쪽의 식량지원이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극복할 길이 없다. 북한 당국의 대남(對南)자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